내일의 눈

투기판 된 가상자산,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2021-05-25 12:00:53 게재
‘장난으로 만들었다’는 도지코인은 올해 1월, 1코인이 0.0092달러였지만 5월 최고가인 0.72달러를 찍으면서 7700% 이상 상승했다. 소위 ‘암호화폐’라고 불리는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도지코인은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잇따른 발언으로 급등했고, 이후 그가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의 사기성을 묻는 질문에 동의하면서 40% 가량 급락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고, 이후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그 사이 테슬라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시세조종으로 1123억원을 번 셈이어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국내에서도 시세조종 의심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최근 가상자산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안 3개가 발의됐다. 법안 모두 가상자산거래와 관련해 미공개중요정보이용·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가상자산거래업자에 대한 감독을 금융위원회 또는 금융감독원에 맡기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에 한해서만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의 경우 금융상품이 아닌 만큼 금융당국이 주무부처를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에 과세를 하겠다는 기획재정부 역시 주무부처를 맡는데는 난색을 표한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상자산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 조사의 전문성을 갖춘 조직은 금융당국 외에는 사실상 없다. 가상자산거래에도 자본시장법과 같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를 적용해야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금융위원회가 20일 개최한 전 직원 참여 워크숍에서 김용진 금융발전심의회 산업·혁신분과위원장은 “암호화폐와 관련해 젊은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규제 필요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방치가 더 길어지기 전에 국회가 입법에 속도를 내야한다. 2017년 코인광풍이 분 후 4년이 흘렀지만 정부 대응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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