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부패’, 국힘 ‘분열’로 위기…정치문법까지 바꾼 여야
역대 문법 ‘진보는 분열로,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
민주, 김병기·강선우·이혜훈발 부패 논란 잇달아
국힘, 한동훈 징계 가시권 … 찬탄·반탄 정면충돌
여야 ‘신뢰 위기’ 직면 … 무당층, 유권자 1/3 육박
여야가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집권여당 민주당은 잇단 부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제1야당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와 친한계(한동훈)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여야가 자초한 위기는 수십 년 통용되던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문법까지 바꿨다는 평가다. 여야가 각각 ‘부패’와 ‘분열’ 문제로 흔들리면서 정치권 전반의 신뢰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 정치권에서는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격언이 오래 통용돼 왔다. 과거 보수정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은 관료와 재벌 등 기득권세력과 유착하면서 부패에 손쉽게 노출됐다. 반면 진보는 수십 년 동안 보수 기득권세력과 싸우면서 싸움 방식을 놓고 입장이 엇갈리기 일쑤였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양김이 분열했다가 패했다.
하지만 1997년 첫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진보정권(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이 네 번째 탄생하면서 기존 정치문법이 뒤바뀌는 모습이다. 네 차례 집권한 진보 진영이 보수보다 빠르게 ‘부패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에도 김병기·강선우·이혜훈발 부패 의혹이 쏟아진다. 민주당을 탈당한 강 의원은 공천헌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는 △부정 청약 △영종도·상가 투기 △편법 증여 △자녀 ‘부모 찬스’ 의혹 등 ‘의혹 백화점’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두 번의 탄핵으로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은 반탄(탄핵 반대)과 찬탄(탄핵 찬성)으로 갈리는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때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되더니, ‘윤석열 탄핵’ 이후인 2026년에는 친한계(한동훈) 징계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당 윤리위가 이르면 이번 주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당내 갈등이 중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인사는 11일 “민주당 집권과 대통령 탄핵이 잇따르면서 진보는 어느새 기득권세력화 됐고, 보수는 분열을 반복하고 있다. 앞으론 ‘진보는 부패로, 보수는 분열로 망한다’고 얘기하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여야가 각각 부패와 분열로 ‘신뢰의 위기’를 맞으면서 여론지형도 변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응답층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여야 지지층이 결집한 지난해 대선 당시 정당지지율을 보면 민주당 40%, 국민의힘 31%, 조국혁신당 5%, 개혁신당 5%, 진보당 1%, 무당층 16%(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지난해 5월 19~21일, 전화면접 방식,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였다. 반년이 지나 최근 같은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조사(5~7일)에서는 민주당 39%, 국민의힘 23%,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3%, 진보당 1%, 무당층 29%를 기록했다. 무당층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 여야에 등 돌린 유권자층이 무당층으로 옮겼다는 분석이다.
보수 일각에서는 늘어난 무당층을 놓고 ‘샤이 보수층’(속으로는 보수정당을 지지하지만 여론조사에는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계층)이라는 주장을 내놓지만, 여론조사 전문가인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진짜 지지는 숨었다’는 해석은 눈앞의 차가운 현실을 부정하는 마취제와 같다. 이는 위기의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어 조직을 더 깊은 수렁으로 이끈다”고 반박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