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

"혐일 넘어 극일을 하려면 역사교육 제대로 해야"

2021-08-11 11:20:01 게재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올림픽은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올림픽 개막 6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강력한 요구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숙소에 내건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응원문구 현수막이 철거됐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도쿄대 공학부 졸업 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체류 15년 만인 2003년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 정부의 독도 문제 항의에는 꿈쩍도 않던 IOC가 일본정부도 아닌 극우단체의 철거 요구를 즉각 수용한 것. 이에 대해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교수는 "IOC의 행태를 이해하려면 일본의 현 정권이 극우세력을 기반으로 함을 알아야 한다"며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수장들도 극우인사로,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국익"이라고 설명한다. '감정적 분노'가 아닌 '논리적 역사관'으로 무장할 때 양국의 건강한 관계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하는 그를 만났다.

■ 공학도가 어쩌다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나.

중·고교 시기 역사는 내 관심분야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당시 렌즈 제작 회사를 갖고 있어 이를 이어받아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이공계를 선택했다.

문제는 공학도가 됐음에도 여전히 역사와 철학에 더 중점을 두고 공부했다는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접했다. 충격이었다. 단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일본이 감춘 역사가 거기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침범하고 그 나라 사람들을 무참히 짓밟은 역사. 위안부와 강제징용, 난징대학살과 731부대의 생체실험, 이 모든 역사가 명백함에도 일본은 인정하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일본사람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결심이 섰고 기회가 되면 반드시 한국에 가서 공부하리라 다짐했다. 그 뒤 한국어를 독학으로 익혔다. 한일관계에 있어 가장 주요 사안인 독도에 관한 연구도 그때 함께 시작했다.

■ 한국으로 귀화한 후에도 일본식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1998년경부터 독도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독도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호사카 유지라는 본명을 한국식 이름인 호유지로 바꿀 생각도 있었으나 일본 이름을 유지한 채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주장하면 더 효과적일 거라는 동료 교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명을 미루기로 했다.

■ 일본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역사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의 거리가 좁혀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 아닌가.

양국의 화합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순 없다. 극우사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세력들은 일본 내에서 끊임없이 한국을 비하하고 혐오하게 만드는 '혐한'을 조장한다.

과거 독일 국민을 하나로 묶기 위해 프랑스를 적국으로 상정하고 유대인을 학살의 대상으로 삼은 나치의 방법과 같다. 이들의 세가 꺾이지 않는 한 한일관계 개선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중학교 과정부터 한일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

일본의 중·고등학교에서는 대부분 '메이지유신' 이전까지의 역사만 가르친다. 학생들은 근대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가 역사의 과오를 인정하라고 주장하면 그저 '일본이 싫어서 트집을 잡는 것'이라 여기는 거다.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우리마저 제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일본 우익의 논리를 따를 가능성도 매우 크다.

일본은 정재계가 힘을 합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전략적으로 '신친일파' 양성을 진행하고 있다. 위안부는 매춘부였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개제해 파문을 일으킨 '램지어 교수'도 일본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지원을 받았다. 평소 일본 편을 많이 드는 미국 인사들의 배후를 조사해보면 우익단체들의 어마어마한 연구비나 후원금을 제공받은 경우가 대다수다.

■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 역사 교육은 입시에 밀려나 있다. 입시를 좌지우지한다는 주요 과목인 국어·영어·수학에 치중된 공부가 다수를 차지하다보니 학창시절에 역사관을 확립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인구 5000만명 중 단 5%만이라도 일본의 잘못을 꼬집을 수 있는 논리로 무장돼 있다면, 그리고 영어와 중국어로 일본의 잘못을 전세계에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절대 우리를 함부로 할 수 없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는 올바른 역사 교육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김한나 내일교육 리포터 ybbnni@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