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여야 대치에 청와대 '우려'

2021-08-27 11:04:19 게재

"국회 사안"입장 변함없지만

"독주·오만 비쳐질까 걱정"

언론중재법 개정을 놓고 여야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청와대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국정운영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언론중재법 개정 문제는 국회가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청와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문제가 큰 쟁점이 되고 여당의 독주나 오만으로 비쳐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새벽 법사위에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같은 날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회의 일정을 연기하면서 일단 법안 처리는 늦춰진 상태다.

하지만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카드를 꺼내드는 등 결사항전에 나설 태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을 통제·검열해 국민의 알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이 법안 통과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협회 등 언론단체들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우려를 표명했던 '국경없는기자회' 세드리크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부장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우려를 표명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온다. 민주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자고 설득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반발에도 여당이 법안처리를 밀어붙일 경우 국회파행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이 될 9월 정기국회에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데이터기본법' 등의 주요 법안 통과를 기대하는 청와대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고위관계자는 "법안 자체에 대해 청와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면서도 "본회의가 30일로 연기됐으니 그 안에 여당과 야당이 서로 잘 협의해 처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만나 관심을 모았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 수석은 "국회를 방문한 김에 인사차 송 대표를 만난 것"이라며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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