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에 던진 과제

2021-09-01 11:27:53 게재

카카오뱅크(카뱅)가 지난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2주 만에 시가총액 43조2341억원으로 코스피 보통주 중 9위를 기록했다. 10위로 내려간 현대차(43조541억원)보다 약 2000억원 많았다. KB금융(22조원)과 신한금융(20조원)의 시가총액을 합친 규모를 뛰어넘었다. 시중은행들에겐 굴욕적인 시장평가다.

연이은 계열사 상장으로 카카오그룹은 이미 한국 3대 대기업 수준을 넘보고 있다. 카카오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삼성 SK LG 현대차그룹에 이어 5위 수준이다.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재팬 등 앞으로 상장될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3위권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도 생존 위해 디지털 경쟁력 확보해야

빅테크(big tech)로 분류되는 카뱅과 핀테크(fintech)로 분류되는 토스의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다. 우수한 디지털·데이터 역량과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 시도가 계속된다. 기업의 본질이 디지털 혁신이며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금융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는 이들 신규 진입자들은 기존 은행에 큰 과제를 던진다.

새로운 경험과 편리성을 매우 중시하는 MZ세대 부상으로 금융서비스 수요는 극도로 개인화되고 있다. 모바일이 은행고객의 주요 접점이던 기존 영업점을 급격히 대체해 은행의 영업·마케팅·고객관리 환경이 바뀌고 있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은행도 생존을 위해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카뱅은 2017년 서비스 시작 후 지금까지 1635만명의 고객을 확보해 5대 시중은행과 맞먹는다. 모바일 앱의 월간 순 이용자는 1335만명으로 국내 금융권 1위다. 10대 청소년과 50대 이상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청소년들을 위한 '미니 서비스' 영향으로 만 14∼19세 인구 중 39%가 카뱅을 이용한다. 전체 이용자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9%에서 현재는 15%로 증가해 부모세대도 카뱅 이용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 운영과 고객관리 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은행들이 모바일뱅킹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에게 1 대 1 전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컨시어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는 최근 2년 이내 영업점 방문 없이 디지털로만 거래 중인 고객들을 직접 관리한다. 처음에 약 1만6000명에 불과했던 고객이 이제는 170만여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1억2000만건에 달하는 앱 로그 정보와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빠르면 1분, 늦어도 2시간 안에 제공한다.

올 상반기 국내 5대 은행에서 새로 거래된 적금과 신용대출의 비대면 가입 비중은 각각 66%, 52%에 달했다. 선제적으로 '디지털 컨시어지'를 도입한 신한은행의 경우 이들 비중이 각각 10% 이상씩 추가 상승했다.

시중은행들은 주전산 시스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빅테크와의 경쟁에 승부를 걸고 있다. 국민은행은 30년간 사용하던 중앙집중형 방식인 IBM의 '메인프레임' 대신 빅테크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픈소스 및 클라우드 방식의 '리눅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강정원 행장 당시 정치적 압력으로 비롯됐던 'KB사태' 탓에 '메인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 체제가 안정되면서 국민은행은 국민카드에 이어 '리눅스'로 전환을 결단했다.

'자각적 능동성'만이 임직원들을 변화의 주인·주체로 세울 수 있어

시중은행들은 고객 관리 방식 변화와 주전산 시스템 전환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핵심 문제는 조직 내부에 있다. 모 금융지주 최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는 내부 임직원들이 아직 많다"며 "은행의 미래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자각적 능동성'만이 임직원들을 변화의 주인·주체로 세울 수 있다. '회사주식 갖기 운동'을 전개해 주인(주주)되기부터 실천해야 한다. 아이디어와 기술혁신 그리고 지배구조의 안정성까지 확보하면 조직은 지속가능할 수 있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이 세계 최고의 디지털은행이 된 것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디지털 전환에 죽을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에게 큰 교훈이다.

박진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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