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의 혁신, 굴뚝서 스마트단지로

2021-09-17 10:51:10 게재

4차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로 산업계 대전환 직면

디지털·그린·휴먼화 추진 … 청년이 모이는 곳으로

한국경제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만큼 초고속 압축성장을 이룬 것은 무엇보다 제조업의 역할이 컸다.

60여년 전인 1964년 서울 구로동에 수출산업공업단지를 조성할 때만해도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와 선박을 수출할 것이라고 상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섬유 봉제 가발의 메카였던 구로공단은 이제 정보통신(IT)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 등 혁신의 거점인 서울디지털단지로 탈바꿈했다.
서울디지털단지 전경. 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전국 각지에서 시대별 전략산업 육성 = 뿐만 아니라 1960~1970년대 조성된 울산 구미 창원 여수산업단지는 석유화학·기계 등 중화학공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1980년대 조성된 반월 시화 남동산업단지는 중소기업의 둥지가 됐으며, 1990년대 대불 군산 북평산업단지는 지역균형발전의 기반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전국 산업단지에는 9만개에 가까운 기업과 200만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되던 나라에서 3만달러(2020년 3만1881달러, 한국은행)를 넘어섰고, 세계 7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섰다.

산업단지는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발전 과정에서 제조업을 위한 안정적 기반을 제공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시대별 전략산업을 육성·지원함으로써 단기 고도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계는 4차산업혁명의 기술적 진보와 코로나19 지속으로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했다. 아울러 중소 제조기업 대부분이 산업단지에 입주해있고, 산업단지가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과 산업단지의 혁신은 절대과제가 됐다.

지금 우리나라 산업계는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냐, 이 시기를 혁신기회로 삼아 제조업의 기술리더로 올라설 것이냐' 기로에 놓여있는 셈이다.

위드 코로나시대 산업변화의 강력한 키워드는 디지털화와 그린화(친환경화)이며, 산업단지는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있다.

이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김정환)은 '스마트그린산단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단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스마트그린산단은 산업단지 3대 구성요소인 '산업, 공간, 사람'을 3대 축으로 △디지털화 △그린화(친환경) △휴먼친화적인 곳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그린산단, 2023년까지 15개 지정 = 구체적으로 스마트그린산단은 첫째, 전통산업 굴뚝산업에 디지털을 입혀 첨단 신산업으로 개편한다. 여기엔 산업밸류체인의 디지털전환, 데이터 연계 활용 강화, 산업 전주기 디지털 생태계 조성 등이 포함된다.

둘째, 고탄소 저효율 공간을 저탄소 고효율 친환경 공간으로 전환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및 효율향상, 디지털활용 안전 재난대응, 자원순환 친환경 청정산단 구현, 산단형 스마트물류체계 구축 등이다.

셋째, 정주여건이 열악해 청년이 기피하는 곳에서 휴먼뉴딜을 통해 청년인재가 유입되는, 살기좋은 환경으로 변화시킨다. 여기엔 4차산업혁명에 걸맞은 산단통합관제센터 구축, 스마트 고급인재육성, 창업지원 및 일자리매칭, 정주여건 개선 등이 담겨있다.

산단대개조 사업의 거점산단을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해 이런 성과를 확충한다는 전략도 들어있다.

스마트그린산단은 2019년 △반월시화 △창원 2개가 지정된 뒤 2020년 △남동 △구미가 추가돼 4개로 늘었다. 2021년 △대구성서 △광주첨단 △여수가 추가돼 총 7개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전북군산 △울산미포 △부산명지녹산이 추가되고, 2023년에는 5곳이 추가돼 총 15개 산단이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2025년의 미래상은 어떠할까. 스마트공장은 2020년 1921개에서 701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관제센터는 이 기간중 0개에서 10개, 물류플랫폼은 0개에서 10개로 증가한다. 사업화지원센터는 0개에서 3개로 늘고, B2B플랫폼은 1개가 신설된다.

그린관련 신재생에너지 생산은 0.6%에서 10%로, 스마트에너지플랫폼은 0개에서 7개가 생긴다.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설치기업은 231개소에서 900개소로, 클린팩토리는 100개에서 700개소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휴먼친화 관련 스마트제조전문가 1만8000명도 양성할 계획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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