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사업장 안전불시점검

중소규모 사업장 10곳 중 6곳 '안전 불감증' 여전

2021-09-28 11:18:33 게재

추락·끼임 등 후진국형 재해 위험 … 고용부·안전보건공단 10월까지 집중단속, '무관용 원칙'

"안전관리 없이는 작업할 수 없다는 인식이 현장에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관용 없는 엄정한 감독을 실시하고 가용한 자원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20일 '산재사망사고 위기대응 TF 대책회의'에서 이 같이 지시했다.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은 7월 14일을 시작해 격주로 전국 일제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안 장관은 "'현장점검의 날' 운영 결과, 아직도 많은 사업장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9월 8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건설현장 1만200여곳, 제조 사업장 3900여곳 등 총 1만4400여곳을 점검했다. 이 가운데 약 64.7%(9300여곳)의 사업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고용부는 10월 말까지 안전관리 불량현장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고 3대 안전조치 미준수로 사고 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안 장관은 "최근 5년간 9월부터 산재사망사고가 늘어난 점을 볼 때 지금이 사망사고 감축의 성패를 좌우하는 골든타임"이라며 "안전조치와 관련된 지원이 필요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지원하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건설현장을 방문헤 '3대 안전조치 일체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안전보건공단 제공

 


#1. 지난 7월 경북 포항에서 KT 협력업체 50대 노동자 A씨가 약 3m 높이에서 떨어진 417㎏ 무게의 케이블 드럼에 깔려 숨졌다. 당시 A씨는 크레인 기사 포함 3명의 노동자와 함께 작업공구와 케이블 드럼을 화물차량에 싣고 있었다.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케이블 드럼 아래로 A씨가 들어가는 순간 연결용 밧줄이 풀리면서 사고를 당했다. 케이블 드럼과 크레인을 연결한 도구는 밧줄이 전부였다.

다른 업체에서는 케이블 드럼을 실을 때 철제 고리를 만들어 크레인에 연결하는데 이곳에서는 밧줄로 만든 임시 매듭을 사용했다. 작업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나 신호수도 없었다.

노조가 단체교섭 때 이 작업의 위험성을 수차례 지적했으나 회사 쪽은 원청과 비용 탓을 하며 개선하지 않았다.

#2. 7월 인천광역시 계양구 한 소재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를 사용해 창호 유리 설치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고소작업대가 기울면서 추락했다. 이들 중 한명이 사망했다.


중소규모 제조업과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안전조치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추락이나 끼임 등 후진국형 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후진국형 재해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나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해다.

고용노동부는 7월부터 총 5차례에 걸쳐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 일제점검을 실시했다. 점검대상은 건설현장 1만200여곳, 제조 사업장 3900여곳 등 총 1만4400여곳이었다. 이중 약 64.7%(9300여곳)의 사업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세부적인 점검결과를 보면,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추락·끼임 사망사고 대부분이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에서 지적된 비율이 높은 사항과 일치했다.

추락 사망사고의 원인은 △안전난간 및 개구부 덮개 미설치(48.2%) △작업발판 설치 불량(27.9%) 등이 제일 많았다. 현장점검의 날 지적사항도 △안전난간 및 개구부 덮개 미설치(47.3%) △개인보호구 착용 불량(28.3%) △작업발판 설치 불량(16.2%) 순이었다.

끼임 사망사고는 △덮개·울 등 방호조치 불량(31.2%) △지게차 안전조치 불량(29.4%) 등이 주 요인이었다. 현장점검의 날 지적사항도 △덮개·울 등 방호조치 불량(24.5%) △지게차 안전조치 불량(14.4%) 등이 많았다.

현재 고용부가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3대 안전조치'만 잘 지켜도 사망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불감증 사망사고로 이어져 = 이런 안전 불감증이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2018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최근 3년간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총 3182명이다. 이 가운데 건설현장에서 1611명(50.6%), 제조 사업장에서 721명(22.7%)이 사망했다. 산재 사고사망의 70% 이상이 건설과 제조업에서 발생한다. 사망사고 형태는 △추락 1261명(39.6%) △끼임 374명(11.8%) 등 51.4%가 두 업종에서 발생했다.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건설과 제조업 모두 사업장 규모가 작은 곳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건설에서는 20억원 미만 현장에서 총 278명이 사망해 60.7%를 차지했다. 제조업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총 158명(78.6%)이 사망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사고사망만인율도 높았다. 만인율은 연간 노동자수 1만명당 업무상 사고사망자수 비율이다.

건설현장 금액별 사고사망만인율은 △1억원 미만 5.17 △1~20억원 미만 3.36 △20~120억원 미만 1.99 △120억원 이상 0.80 등이었다. 제조업 규모별 사고사망만인율은 △5인 미만 0.94 △5~49인 0.70 △50~299인 0.32 △300인 이상 0.11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건설업 사고사망자의 51.5%는 추락사고였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비계'(임시 가설구조물)와 '지붕·대들보'가 각각 47명(19.95%)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설비를 갖추고 안전수칙만 지키면 막을 수 있었던 후진국형 재해였다.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은 독일의 3배, 2019년 기준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 손실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약 27조6467억원이었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투자 적어 = 소규모·영세 사업장에서 산재사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 관련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망사고 51.9%가 발생한 건설업계는 안전관리비용 등이 발주처 입찰가격에 포함돼 있어 시공사가 가격경쟁을 위해 비용을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동자 대부분이 일용·임시직인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조항 대부분이 소규모·영세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아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정부는 산업현장의 근원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50인 미만 사업장을 지원하는 안전투자 혁신사업을 진행중이다.

안전투자 혁신사업은 사망사고 발생 강도와 빈도가 높은 위험한 기계 또는 유해한 공정을 개선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사업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3년간 9084억원을 투입한다.

◆3대 안전조치 미준수로 사고 나면 '무관용 원칙' =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은 하반기 산재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산업현장을 10월까지 집중단속하고 있다.

이번 단속의 점검·감독 포인트는 △안전관리 불량사업장 △주말과 휴일 위험작업을 하는 건설현장 △지역별 사망사고 요인 반영 등 3가지다.

중소 산업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추락 및 끼임 예방조치와 개인 보호구 착용 등 3대 안전조치가 불량한 사업장을 찾아내는 '현장점검의 날'도 시행 중이다. 적발된 사업장은 위험 요인이 사라질 때까지 점검 감독 행정·사법 조치를 반복한다.

2018∼2020년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22.3%는 주말이나 공휴일 관리자가 없는 가운데 위험 작업을 하다가 발생했다. 위험 작업은 △타워크레인 설치 조립 해체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굴착 △건물 해체 등이다.

휴일에 위험 작업을 계획한 현장은 작업계획서를 사전에 점검한다. 현장소장 안전관리자 관리감독자 등 관리자가 상주하는지, 작업계획서 작성 항목이 누락됐는지, 안전조치 수준은 어떤지를 확인해 미비한 현장을 예고 없이 찾아 감독한다.

지역별 맞춤형 감독도 실시한다. 지역에 따른 산재사망사고 발생 형태를 분석해 광역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중점관리 분야를 선정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감독을 추진한다.

특히 집중단속기간 중 3대 안전조치 미준수로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는 지금까지 계도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사업주의 '고의성'을 중심으로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아직도 많은 사업장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어 엄정한 감독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5년간 9월부터 산재사망사고가 늘어난 점을 볼 때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위험현장을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지붕공사 현장 47.6% '안전조치 미흡'
'작업 전 10분 안전점검' 사망사고 막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