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세금 일부 해외로, 구글·애플은 국내징수
디지털세 최종합의안 윤곽, 이르면 2023년부터 시행
각국 미세조정 여부 변수, 매출 1조원 넘는 기업 대상
또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는 최저한세율이 15%로 정해짐에 따라 연결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이면서 이익은 1000억원 이하인 약 80여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G20(주요20개국)의 협의체인 '포괄적 이행체계'(IF)가 내놓은 '디지털세' 최종합의안에 따른 결과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F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온라인 총회를 거쳐 디지털세에 대한 필라 1·2 최종합의문을 결정·공개했다.
◆합의안 핵심내용은 = 합의안의 핵심내용은 2가지다.
'필라1'은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문제를, '필라2'는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에 대한 사안을 다뤘다. 필라1은 '연결매출액 200억유로'와 '이익률 10%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통상이익률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25%에 대해 시장소재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물리적 사업장이 필요 없는 인터넷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법인 등록을 하면 어느 나라에서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필라1'은 매출 소재지에 초과이익의 25%를 세금으로 내도록 해 매출 발생 국가의 과세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같은 인터넷 기업이 주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구글세'로도 불린다.
필라2는 연결매출액 7억5000만유로 이상 다국적기업에 대해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최소한 15%의 세금은 내야 한다는 취지의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도록 했다. 특정 국가가 다국적기업의 자회사에 15%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할 경우 해당 기업의 최종 모회사의 소재지인 국가가 미달 세액에 대한 세금을 걷도록 하는 것이다. 역시 다국적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를 찾아다니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득실은? = 한국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라1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IF는 2023년부터 디지털세를 시행한 이후 2030년부터는 매출액 100억유로(13조8000억원) 이상으로 적용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내년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316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62조8000억원을 추정된다. 이 경우 이익률 10%를 넘어서는 초과이익 약 30조원의 25%인 7조5000억원이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된다. 여기에 해외 매출 비중 84%에 OECD 평균 법인세율 23%를 적용하면 삼성전자가 해외에 낼 법인세는 1조4490억원 가량이 된다. 이 세금은 100만유로(약 14억원, 국내총생산 400억유로 이하 국가의 경우 25만 유로) 이상 매출이 발생한 나라들에 돌아간다.
하지만 기업의 총 세금 부담이 추가로 늘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우리 기업이 디지털세가 적용돼 외국에서 세금을 납부할 경우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을 납부세액에서 빼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같은 제도를 준용, 이중과세 논란을 피할 방침이다.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15%로 정한 필라2는 연결 매출액 1조원 이상 다국적 기업에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과세표준 100억원 이하 기업은 10% △100억~1000억원 이하 기업은 12% △1000억원 초과기업은 17%다. 중소기업에는 7% 세율을 적용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이고 한국 현지법인의 이익이 1000억원 이하인 해외 다국적기업은 15%보다 덜 낸 세금을 본국에 내야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해외 저세율국가에 지점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 역시 15%에 못 미치는 세금분을 우리 정부에 추가로 납부해야한다. 업계는 필라2에 적용되는 국내기업이 80여곳 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우리나라 법인세수의 증감 여부는 국내 기업이 추가로 외국에 내는 세금과 외국 기업이 추가로 우리나라에 내는 세금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내는 디지털세 만큼 국내 법인세수는 줄어들지만,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추가로 우리 정부에 세금을 내면 그만큼 세수가 늘어난다. 기재부는 현 시점에선 줄어드는 법인세보다, 추가로 확보한 세금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일정은 = 과세권 배분을 규정한 필라1은 내년 초 다자협정·모델규정을 마련하며 내년 중순 서명식을 한 후 국내 비준과 입법 절차를 걸쳐 2023년 발효된다. 다만 다국적기업 국외관계사의 판매·홍보 활동에 대한 과세권(Amount B)은 2022년에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필라2는 오는 11월 모델규정을 마련하고 내년에 국내법을 개정해 2023년 시행한다. 이중 모회사가 낮은 세율로 과세되는 경우 반대로 해외 자회사들이 미달세액을 자회사가 소재한 과세당국에 납부하는 '비용공제부인규칙'은 시행 시기를 2024년으로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합의문이 실제로 2023년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가별 비준 단계에서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