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딜레마 빠진 용인 반도체산단

2026-01-14 13:00:02 게재

지난해 7월 이웃 지자체인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가 소송전에 돌입했다. 광교신도시의 송전탑 이설사업 때문이다. 수원시가 사전협의 없이 송전탑 이설공사를 강행했다며 용인시가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사업은 광교신도시 개발이익금 40억원을 투입해 수원 이의동 해모로아파트 인근에 있는 154㎸ 송전선로 3기를 철거하고 용인 성복동 인근지역으로 2기를 옮겨 설치하는 것이다. 당연히 수지구 성복동 주민들은 조망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한다. 용인시는 “송전탑 이설 위치는 수원시 관할이지만 조망권 침해 등 피해를 보는 대상은 용인시민”이라며 “소송은 용인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전국에서 벌어지게 생겼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용인 반도체산단에 필요한 10~15GW 가운데 일부를 용인 부근에 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설해 조달하고 대부분의 전력은 서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전남 전북 충남 세종 충북 강원 경북 경기(안성) 등에 34만5000V 초고압 송전선을 동시다발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비수도권을 수도권 전력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라며 “송전선로 46개(1153㎞)를 설치하려면 약 1000개의 송전탑이 필요해 천문학적 예산이 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용인 반도체산단으로 연결되는 초고압 송전탑 피해를 입게 된 호남 충청 등지의 주민들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산단을 전력이 풍부한 곳으로 이전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경기도와 용인지역 정치인들은 이전은 불가하며 정부가 나서서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청와대가 지난 8일 “(이전을) 검토하지 않고 있고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용인 반도체산단 이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용인에 짓자는 이들은 용수와 전력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말하지 않고 ‘국가산단이니 정부가 해결하라’고 한다.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인력이나 기반시설 등 생태계가 부족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지 말하지 않는다.

용인 반도체산단이 처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용인 반도체 이전론이 지방선거용 포퓰리즘”이라며 500만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지방선거가 문제 해결의 장이 아니라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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