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위대에 “기관 점령하라”
“도움의 손길 가고 있다” 이란 정권교체 시사 … 미 특사, 팔레비와 비밀 회동도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시위대 살해를 중단할 때까지 모든 당국자와의 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던 기존 기조보다 더욱 강경한 태도로 미국의 외교 노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공습도 옵션 중 하나지만 외교는 항상 대통령의 첫 선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이란의 전 왕세자 레자 팔레비와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13일 윗코프 특사가 미국에 망명 중인 팔레비 전 왕세자를 만났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야권 인사 간 첫 고위급 접촉이라고 전했다. 팔레비는 전날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과 연대하고 있다”며 “더 빠른 개입이 인명 피해를 막는 길”이라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의 유혈 진압은 심각한 인권 위기로 번지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HRANA(인권운동가통신)는 13일까지 약 17일간 시위가 이어지면서 1847명의 시위대를 포함해 총 2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기반 이란인권(IHR)은 최소 648명 사망, 수천명 부상으로 추산했고, 영국에 본사를 둔 이란인터내셔널은 “1월 8~9일 이틀간만 최소 1만20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전국적인 인터넷 차단으로 외부 정보 유입을 막고 있으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차단을 뚫고 통신을 지원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홀리스틱 레질리언스’ 관계자 아흐마드 아흐마디안을 인용해 “이란에 밀반입된 스타링크 수신기가 5만대 이상일 것”이라며 현재 이란 내 사용자들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군은 스타링크 신호를 방해하고 사용자 추적에도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란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테러단체 지정 검토에 들어갔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란의 사상자 증가가 충격적”이라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영국 외무장관 이베트 쿠퍼 역시 “끔찍한 폭력 진압을 규탄하며, 산업 부문별 제재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개입에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같은 날 “이란 내 정치 과정에 대한 외부의 파괴적 간섭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이 군사 개입을 시도하면 이는 중동 안보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란과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조약’을 근거로 긴밀한 협력 방침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 질문에 “이란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무엇인지 직접 알아내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사망자가 너무 많다. 여러 숫자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공유한 정보에서 “최소 5000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는 강경 진압과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지며 미국과 이란 관계 역시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과 외교 전략 변화는 단순한 압박을 넘어 이란 체제 자체를 겨냥한 정권 교체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