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혼선 속 정부, 쿠팡 규제 전면화
총수 경영 책임 정조준 움직임 … 대표 출국 여파에 수사 엇박자
초기 대응 혼선 논란에도 쿠팡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 부처와 정치권도 동시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서 시작된 사안은 경영진 소환과 출입국 조치로 이어졌고, 노동·공정 규제를 축으로 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맞물리며 전방위 압박 국면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 등 경영진을 상대로 출석을 요구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은 쿠팡이 수사기관과 협의 없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유출자 접촉과 증거 확보에 나섰던 경위를 핵심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셀프 조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이나 수사 방해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수사 초기 대응을 두고는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저스 대표는 경찰의 출석 요구 이전 이미 출국했고, 경찰은 이후에야 입국 시 통보 요청과 출국정지 검토에 나섰다.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보다 선제적인 출입국 관리 조치가 필요했다는 평가다.
형사 수사는 개인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노동·산재 의혹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 사망과 관련한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병행 수사 중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경찰은 근로계약서와 CCTV 영상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정부 대응의 중심축은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주휴수당 미지급 취업규칙에 대해 “법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며 무관용 대응 방침을 밝혔다. 형식상 일용직이라도 근로관계가 반복·지속됐다면 상용근로자로 봐야 하며,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유급휴일을 부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CFS는 지난해 4월 주휴수당 지급 기준에 ‘주 5일 이상 근무’ 조건을 추가했지만, 노동부는 이를 유급휴일 지급 대상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조치로 해석했다. 국정감사 지적과 노동청의 개선 지도 이후에도 현장에서 동일 조건이 유지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노동부는 지도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쿠팡의 영업정지 가능성과 함께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김 의장이나 친족의 실질적 경영 참여가 확인될 경우 동일인 변경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쿠팡이 높은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입점업체에 전가하고, 자사 상품 밀어주기와 검색 알고리즘 운영으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료 배달 정책이 결국 소상공인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규제 입법을 촉구했다.
경찰 수사와 정부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번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노동 책임과 공정 경쟁, 경영 책임 구조 전반을 묻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