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칼럼
신생아 수 목표를 제시하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우리의 아픈 데를 찔렀다. 그는 한국의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언급하며 지난 8일 보도된 매체에서 “한국은 3세대 후 인구가 1/27로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인구감소는 잘 알고 있으니 그런가 했는데 “북한이 침공할 필요도 없다. 그냥 (휴전선을) 걸어서 넘어오면 된다”라며 한국인의 염장을 질렀다. 한국이 어디가 약점인지, 무슨 얘기를 들으면 벌떡 일어나는지를 미국 사람도 잘 알고 있는 거다. 일론 머스크 얘기를 전해 들은 한국인들은 그냥 대범하게 듣고 넘기고 있다. 많이 듣던 소리~.
1970년 새마을운동을 시작했을 때 아버지를 따라 농촌 마을에 가본 기억이 있다. 마을 진입로가 없어서 차가 못 들어가니 길을 뚫는 거였다. 땅주인들이 길에 들어갈 땅을 내놓고, 마을 주민들이 삽을 들고 나와서 길을 닦고, 정부는 그 위에 퍼부을 콘트리트를 지원했다. 그렇게 시작한 새마을운동이었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노래를 전국에서 불렀다. 전세계가 놀란 한국의 경제 성공신화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그로부터 55년이 지나서 보니 결국 우리가 만든 건 ‘지옥’이었다.
돈은 넘쳐나나 사람들이 짝을 만나고 아이를 낳기를 거부하는 세상이다. 이게 지옥이 아니라면 뭐가 지옥이겠나? 주가가 5000에 접근해서 지갑이 더 두꺼워졌다.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500만명이 넘으니 그들은 영하 10℃ 날씨에도 마음이 따뜻하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인은 미래가 없이 마지막 축제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같다.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 잘 먹고 잘 살면 됐지, 뭐. 그러고 있다.
100년 후 우리 인구가 735만명이라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예측자료 하나는 2072년 인구를 3600만명, 그리고 100년 후에는 753만명이라고 했다. 인구구조가 젊은층이 많을 때는 피라미드형이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항아리 모양으로 바뀐 게 1990년대 이후다.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가오리형, 그리고 최종적으로 코브라형으로 갈 것으로 예측된다. 젊은 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많은 초기가 가오리형이고, 이게 악화한 게 코브라형이다. 노인 숫자도 줄어든 게 코브라 모양이다.
인구감소 문제는 한국의 앞에 놓인 최대 도전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해결 방안을 우리는 찾아내지 못했다. 필자는 과거와 현재 대통령들에게 그 잘못을 따지고 싶다. 유권자로서 그가 앞에 있다면 항의하고 싶다. 이재명정부가 인구감소 대책과 관련해 뭘 하고 있는지를 필자는 알지 못한다. 대통령이 인구감소 문제를 그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앞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정부 출범 직후부터 무너진 경제회복 및 성장 모멘텀 마련’이라는 당장에 매달려야 하는 발등의 불이 많은 줄 안다. K-반도체를 세계 2강으로 도약시키고, AX(AI 대전환), GX(녹색전환) 등 산업 대전환과 중국의 기술 추격, 글로벌 경제질서 개편 등 과제와 도전이 산적하고 있는 게 필자 눈에도 보인다. 그런데 발등에 불을 허겁지겁 끄고 보니 주위에 사람은 없고 피지컬 AI만 보이면 뭘 하나? 그런 세상이 재밌겠나?
자료를 찾아봤다. 누가 인구감소 문제를 두 어깨에 책임지고 있을까? 이 문제는 공식적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책임지고 있는 것 같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에 출범했고, 대통령이 위원장인 자문위원회다. 실무 책임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이재명정부는 위원회 이름을 ‘인구전략위원회’로 바꿀 예정이다. 며칠 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해 업무 구상 중 하나로 발표했다. 별다른 감흥이 없다. 국민 대부분이 새로운 인구정책 구상이 나왔다는 걸 모를 거다. 왜냐하면 시선을 끌 담대한 발상과 실행책이 없기 때문이다. 면피용이고 제스처일 뿐이다.
인구증가 목표를 중심으로 정부 운영
이재명 대통령은 인구절감 문제를 중요한 어젠다로 끌어올려야 한다. 누구도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은 이걸 해내야 한다. 어렵다는 것 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큰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내걸어야 한다는 거다.
‘코스피 5000’을 얘기했듯이 출생아 수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2025년 출생아 수는 26만명 정도다. 인구가 줄지 않으려면 연 60만명은 태어나야 한다. 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해까지 년 출생아 수를 몇 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제시해야 한다. 국민에게 중간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목표를 중심으로 정부가 돌아갈 것이다.
한국의 인구감소 문제와 우리가 그걸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관심사 중 하나다. 여러 나라가 우리와 같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크게 기대한다. 일하는 솜씨를 발휘해 주길. 그래서 일론 머스크가 훗날 ‘한국의 극적인 반전 드라마’에 감탄하는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