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길을 묻다│③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른 인도
인도 평균연령 29세, 한국 43세·일본 48세보다 훨씬 젊어
젊은 인구, 중산층 증가 등 역동적 … 제조업 집중 육성
'힌두 성장률' 조롱은 옛말, 올해 10% 이상 성장 전망
세계 각국은 전쟁에 가까운 산업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겨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경쟁력과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선진국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 내일신문은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한 지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반도체·배터리경쟁력, 미래기술(인공지능·양자기술), 수출시장 3가지 측면으로 나눠 점검하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1947년 독립 당시 3억5000만명이었던 인도 인구는 2021년 10월 기준 13억9000만명으로 급증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대국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인도 인구는 2025년 중국을 추월하고, 2050년 16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인구의 평균연령은 29세로, 중국 38세, 미국 39세, 한국 43세, 일본 48세보다 많이 젊다. 인구구조가 역동적이어서 인구절벽 및 고령화가 심각한 한국·일본 등과 대비된다.
딜로이트 소비자보고서(2019)는 인도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밀레니엄 세대를 보유했으며, 이는 약 4억4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인도는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아직 2000달러에 불과하고, 극심한 빈부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인도의 상위 1%가 전체 부(富)의 60%를, 상위 30%가 95%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하위 50%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상위 1%가 부의 60% 소유 = 빈부격차는 해소돼야할 문제지만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인도의 구매력과 성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우선 인도 14억명 인구의 1%, 즉 1400만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3만달러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보다 4배 이상 부와 소득을 가진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또 상위 30%인 4억2000만명의 1인당 GDP는 약 7000달러다. 이 정도 소득은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도에는 우리나라 인구 5200만명의 8배에 달하는 인구의 구매력이 보장돼 있는 셈이다.
김문영 전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장은 "인도는 30세 미만의 젊은 인구가 약 5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이들이 30~50세가 될 때까지 향후 20여년간 성장세와 구매력이 보장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컨설팅기관 브레인&컴퍼니는 인도의 중산층 가구(연소득 8500~4만달러)가 2030년 1억6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핵심 경협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경제성장률 12.5% 전망 = 인도는 1950~1980년대 실질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이 각각 3.5%, 1.4% 증가에 그쳤다. 이에 '힌두 성장률'이란 조롱 섞인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1991년 경제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을 하기 시작했고, 나렌드라 모리 총리가 집권한 2014년부터 연평균 7% 전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뒷걸음질쳤다.
올해는 기저효과 등으로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골드만삭스는 2021~2022년 회계연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12.5%, 11.1%로 내다봤다.
올해는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신흥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의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투자유치의 증가다. 2020년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대비 40% 감소했다. 반면 인도로의 투자는 약 27% 늘어난 64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인도산업협회(CII)의 외국인직접투자(FDI) 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인도를 투자 최우선국가로 고려하고 있으며, 30%가 5억달러 이상을 인도에 투자할 계획이다.
응답자의 50%는 2025년까지 인도가 세계 3대 경제대국 혹은 세계 제조업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도 기업 중 58%가 자동화를 채택했고, 87%가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이 펴낸 '빅테크 기업들의 최근 투자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구글은 인도 통신 네트워크기업 지오(Jio)에 가장 많은 45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도 M1체인지 마이글램 앨코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에 기반한 신흥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수평적 산업·도시사회로 전환 = 인도는 수직적인 카스트(caste) 신분제도가 아직 잔존하지만 수평적인 산업사회와 도시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특히 헌법에 차별폐지를 명문화한 점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전체인구의 3/4를 차지하는 중하위 카스트 계층에 공직 진출, 대학 진학시 50% 규모로 쿼터를 배정한 점은 인도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UN은 인도의 도시화율이 2019년 34.5%에서 2030년 40.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정부는 102조루피(약 1600조원) 규모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NIP)에 따라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을 장려하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은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2019)에 따르면 공장 노동자 기준 인도의 평균연봉은 4466달러로, 태국 6126달러·인도네시아 5956달러보다 낮다. 중국 9962달러와 비교하면 45% 수준이다.
◆Make in India로 글로벌 공급망 중심으로 = 미중 패권경쟁,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세계적으로 글로벌공급망(GVC) 재편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인도는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지수가 2014년 120위에서 2019년 63위로 급격히 개선됐다. 나아가 향후 5년내 40위권까지 올리기 위한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제조업의 GDP 기여율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Make in India'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20년 5월에는 모디 총리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Make in India의 2.0버전인 자주 인도(Self-Reliant India)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의 생산기지를 인도로 대체하고, 경제위기를 자력으로 극복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될 것을 강조했다.
신설 제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대폭 인하했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또 모디 정부는 제조업 육성과 수출강화를 위해 2020년 3월 '1차 생산연계 인센티브제도'(PLI)를 발표했다. 선정된 기업에게는 향후 5년 동안 매출액 증가분의 4~6%를 인센티브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런 흐름은 탈중국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진 반면 인도는 젊고 시장주의적인 이미지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도정부는 생산기지 탈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인도로 이전하는 기업에게 약 46만1589ha(룩셈부르크 면적의 약 2배)의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금융그룹 UBS가 2020년 1~2월 미국의 450개 대기업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6%가 중국 밖으로 공급망을 이전했거나 이전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인도는 이들 기업의 최우선 이전 고려대상 국가였다.
양광석 인도상무관은 "인도가 과거 사회주의 노선을 택했던 시절은 반기업 정서가 있지만 30~40대 젊은 테크노크랫(Technocrat) 들은 자본주의나 경제발전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보호주의는 애로 요인 = 하지만 비관세장벽 등 인도진출을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역규제 조치를 하는 국가 중 하나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19년 12월말 기준 252건의 반덤핑 조치를 시행했다. 대상국가로는 중국 112건, 한국 33건, 태국 27건, 대만 21건 순이다. 품목별로는 화학 115건, 철강금속 59건, 플라스틱 39건, 섬유 29건 등이다.
또 인도의 품질인증제도 BIS는 강제 시행제도로 해당품목이 매우 많고, 인증비용이 과다해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다. 이 외에도 화장품인증제도, 무선통신인증제도, 중고자동차 수입규제, 식품 유효기간 기준 등도 인도와 교역에 애로요인으로 꼽힌다.
코트라 관계자는 "18세기 유럽, 19세기 미국, 1990년대까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인도는 토종기업 및 자국 제조업 육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일차적으로는 중국이 타깃이지만 한국제품도 이런 흐름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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