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나누는 기업 '동반성장' 이끈다

2021-11-02 11:57:00 게재

성동구 소셜벤처 지원성과 눈길

아이디어 발굴·홍보판매도 함께

"전력이 연결돼있지 않고 건전지를 끼운 것도 아닌데 불빛이 들어와요. 신기하죠? 커피찌꺼기에 포함된 미생물이 스스로 빛을 내는 거예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선언을 앞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애비뉴.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장치를 소개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표정이 밝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지역사회와 나누는 '소셜벤처'와 수년간 이들의 동반성장을 지원해온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읽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투명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신발을 살피고 있다. 이 기업은 성동구만을 위한 디자인을 입힌 신발을 50켤레를 기부했고 구는 이를 재활용 선별작업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성동구가 여느 지자체보다 앞서 소셜벤처 지원에 나서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포괄하는 소셜벤처 가운데 성동에 둥지를 튼 기업은 지난해 기준 339개에 달한다. 2015년 142개에서 2019년 320개로 두배 이상 늘었는데 코로나19 와중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일찍부터 소셜벤처에 주목해 둥지내몰림 현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덕분이다. 2017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육성·생태계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제도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한 자금을 민·관 협력으로 20억원까지 조성했다. 이를 활용해 매년 사업 구상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혁신경영대회를 열고 선정된 기업에 사업개발비를 지원한다. 성동구 관계자는 "특히 성수동을 중심으로 공유사무실과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섰고 언론을 통해 조명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성수소셜벤처밸리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5년째 이어오고 있는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는 기업과 지역사회 주민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사회적책임경영(ESG)이 강조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기업들 성과를 재조명하는 '전시·체험존' 역할이 크다. 소방호스와 방화복 등 소방용품을 활용해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들어 판매, 수익금 50%를 소방관들을 위해 기부하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투명페트병으로 만든 신발, 손으로 만져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 등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제품들이 선보인다. 올해는 성동구 기업을 중심으로 160여곳이 참여해 성장세를 뽐냈다.

기발한 구상을 갖고 있는 기업 발굴도 이루어진다. 건강한 도시락 정기배송 서비스와 여성 생애주기에 맞춘 전문 헬스케어를 비롯해 해양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하거나 뇌손상 성인을 위한 원격 언어재활 등으로 주목을 받은 '소셜벤처 혁신경영대회'다. 성동에서 발굴해 추가 투자를 받거나 대기업과 협업해 판을 키우는 곳도 여럿이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 디자이너가 협업해 상품을 만드는 '키뮤', 전기 없이 식용유를 활용해 램프를 가동, 저개발 지역을 돕는 '루미르' 등이다.

유튜브 생방송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나 목 좋은 장소에서 일정기간 점포를 여는 '팝업스토어' 등 판로지원은 기본이다. 올해 9개 기업이 참여한 라이브커머스에는 2만5000여명 가량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사회적책임경영시대 소셜벤처의 미래는 밝고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한 소셜벤처의 변화와 성장의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