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구조조정 시장에서 ESG 중요성 커져
"대응 미흡하면 기업에 막대한 손실" 기업 신용도에 본격 반영 … 캠코, 지원 대상 기업 확대
최 본부장은 "사모펀드만의 특징과 장점으로 구조조정 시장에서 역할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여러 채권은행으로 분산된 구조조정 기업의 채권·주식을 사모펀드에 집중함으로써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화돼 신속한 구조조정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채권자 등과의 협상력도 강화되는 만큼 구조조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구 경영참여형)의 시장규모(펀드설정액)는 올해 2분기 기준 104조2000억원으로 2016년 6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67,5% 증가했다. 기업의 전체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사모펀드의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2010년 도입된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의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20년 7조3000억원으로 2016년 5조2000억원 대비 40.3% 증가했다.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는 재무구조개선기업의 고정자산, 부실채권, 발행 증권 등에 펀드재산의 50%이상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업 구조조정은 현재 재무적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향후 부실징후가 큰 기업의 회생과 개선을 위한 각종 조치를 의미한다. 통상 사전적 구조조정과 사후적 구조조정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채권은행들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사후적 조치다.
하지만 향후 예측되는 환경변화 등에 대응해 기업의 구조·업종 등을 개편하는 사전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 기업구조혁신포럼에 또 다른 발표자로 참석한 이동석 KPMG 전략컨설팅그룹 부대표는 사전적 구조조정 시장에서 ESG(사회·환경·지배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대표는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ESG는 기업가치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투자시장에서는 ESG대응 미흡으로 막대한 리스크와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고 있어 투자시장의 ESG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10대 연기금과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ESG투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10대 연기금의 ESG책임투자관련 운용자산 총액은 5946조원에 달한다. 이 부대표는 "주주의 ESG 관여 활동도 확대추세"라며 "올해 국내 기업들에게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환경(E) 관련 이슈로 투자 기업에 '주주 관여'를 한 건수는 2018년과 2019년 316건에서 2019년과 2020년 1230건으로 늘었다. 사회(S) 관련 이슈는 353건에서 870건으로, 지배구조(G) 관련 이슈는 1931건에서 2835건으로 증가했다.
블랙록은 지난해 엑슨모빌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과 기후변화의 재무적 영향 공시 미비로 이사 2명의 연임을 반대했다. 볼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이사회 의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이 부대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ESG 평가 결과를 기업 신용도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관련 평가 역량 고도화를 위해 적극 투자 중"이라며 "특히 탄소배출과 안전, 공정 운영 등이 신용등급 조정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사전적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캠코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지연 변호사(한국자산관리공사 법규실)는 법 개정을 통해 캠코의 지원 기업 범위가 그동안 '부실징후기업'에 국한돼 있던 것에서 '부실징후기업과 구조개선기업'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캠코의 향후 추진 목표에 대해 이 변호사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 공적기구로서의 위상 확립과 자본시장 내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이라며 "자산 인수 확대 및 고도화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상시화"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캠코와 한국성장금융이 후원하고, 한국증권학회 주관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