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부흥, TSMC 보조금(구마모토현 생산거점에 4조원) 지원 논란

2021-12-07 11:09:14 게재

아사히신문 "10년전 철 지난 반도체 공장" … 경제안보 미명에 돈 쏟고 기술혁신 못할 우려 제기

일본 정부가 반도체산업의 부흥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특정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는 반도체 수급의 정상화를 위해 대만의 TSMC 공장을 일본에 유치하면서 4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도 정작 기술개발이나 혁신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TSMC 미국 공장과 대비 = 아사히신문은 6일 '반도체 거액의 지원은 의문'이라는 해설 기사를 통해서 정부의 보조금 지급에 적절한 제어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반도체산업 부활을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최종 제품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TSMC 유치가 일본 반도체의 부활을 노리는 산업진흥책이지만 부족한 분야를 채울 수 있다고는 할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TSMC의 일본 공장이 갖는 기술적 후진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지으려는 새로운 생산거점은 반도체 기술에서 철지난 것으로 분류된다. 인근에 있는 소니그룹의 스마트폰 카메라 등에 쓰이는 화상센서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목적이 주된 것으로 회로선폭이 22~28나노미터 수준이다. 이는 이미 10년이나 지난 기술로 소니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 최첨단 반도체를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려는 생산거점은 주로 5나노미터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한다. 주된 공급처가 애플을 비롯한 최첨단 반도체를 요구하는 기업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이번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미래의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지도 못하면서 세금만 낭비할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사히신문 호리고메 토시키 편집위원은 "일본 반도체의 쇠퇴는 기존 전자업체가 경쟁력 있는 최종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며 "부활을 노린다면 일본이 강한 로봇기술 등 최첨단 반도체를 사용하는 산업의 육성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TSMC에 의존하는 것은 과거 국가 프로젝트의 재판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반도체산업의 참패 원인 = 일본은 한 때 반도체 왕국으로 꼽혔다. 일본은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산업성이 주도가 돼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디램 반도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일본은 '초LSI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국가와 기업이 연계해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비중은 1989년 일본이 세계시장의 50.3%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반도체산업에서 마찰을 불러오고, 도시바와 NEC 등 일본내 기존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나타난 각종 폐단이 급속한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다. 실제로 일본은 지금도 국내에 80개 안팎의 각종 반도체 공장이 있어 단순 생산거점으로는 다른 나라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전이나 자동차 등에 주로 쓰이면서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수준의 반도체 공장이 대부분이다. 일본 반도체산업이 후퇴하는 동안 삼성과 TSMC, 미국의 인텔 등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멀치감치 앞서갔다.

일본이 반도체 부흥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일본반도체산업의 복권'을 내걸고 경제산업성이 주도해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벌였다. 대표적으로 히타치제작소와 NEC 등이 주도해 만든 '엘피다 메모리'이다. 그러나 엘피다는 참여한 기업들 간의 기업문화부터 기술개발에 이르는 여러 장벽과 혁신의 후퇴로 파산해 공중분해 됐다.

결국 이러한 역사적 패배의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이번 TSMC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쿄대 스즈키 카즈토 교수는 "확실하게 정밀한 조사와 비전을 갖지 않으면 무제한으로 보조금이 들어갈 것"며 "정부는 거액의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고 적절한 견제장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인 TSMC는 8000억엔(8조3200억원)을 들여 일본 구마모토현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2022년 착공해 이르면 2024년 말 가동이 예상되는 새 생산거점에 일본 정부는 4000억엔(4조16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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