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칼럼

국회 보좌진, 충성의 시대는 지나갔다

2026-01-13 13:00:02 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리문제가 여당의 개혁 드라이브를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보수세력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웠던 민주당의 이미지도 훼손되고 있다. 갑질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의 비리 폭로는 공통적으로 보좌진의 정보제공으로 촉발됐다.

작년 7월 강선우 성평등가족부장관 지명자는 보좌진에 대한 갑질 문제로 낙마했다. 당시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강 지명자를 두둔하면서 보좌진과 의원은 동지적 관점, 식구 같은 개념이 있다고 발언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보좌진에게 별장 잔디깎기, 강아지 산책, 집 청소, 당근에서 물건거래 등을 지시한 것도 갑질이 아닐지 모른다. 심지어 이춘석 의원이 보좌관 명의의 차명계좌로 주식거래를 하는 것도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의원들은 사회관계가 변화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

초대 국회부터 2대까지는 보좌진 제도가 없었다. 유신정권에서는 비서제도가 폐지되기도 했다. 12대 국회까지도 보좌진의 개념은 단수 비서 역할로 인식괬다.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에서 국회 위상이 정상화되면서 의원 업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보좌진 제도가 도입되고 정원도 확대됐다. 13대 국회 당시 의원당 5명의 보좌진 정원은 현재 4급 보좌관 2명, 5~9급 6명, 그리고 인턴 1명까지 9명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국회에는 2700명의 보좌진이 의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성과 근로계약 중시하는 시대로 변화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 넘게 보좌진 생활을 한 인물은 의원과 보좌진 간의 의리와 애정이 모든 것의 전제조건이라 말한다. 심지어 보좌진은 의원의 재선에 대해서 책임지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오랜 보좌관 경력자는 보좌관을 의원의 그림자로 묘사한다. 그림자와 몸은 떨어질 수 없지만 그림자와 몸은 경계가 뚜렷하고 그림자가 몸통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충성심이 보좌진의 최우선 덕목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장점으로 꼽히는 시대다.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법안 제정을 도모하거나 국정감사에서 특종이 될만한 사안을 발굴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최근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인재들이 보좌진에 충원되는 경우가 잦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국회에서 발휘하고자 하는 의지와 차후 취업에 국회근무 경험이 무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의원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은 거부된다. MZ세대는 인간적 관계보다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영역과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것과 국회 보좌진이 되는 것은 다른 면도 있지만 공통되는 면도 많다. 예전에는 회사가 직원을 가족이라 부르고 보호하고, 개인은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에서 정년퇴직 때까지 청춘을 바치고 영혼까지 갈아 넣으면서 회사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직장인의 평균 이직 횟수는 3회가 넘는다. 정규직이라 해도 정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이 커리어를 쌓아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국회 보좌진도 예외가 아니다. 몇몇은 보좌관을 평생 업으로 삼거나 미래 선출직에 도전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보좌진은 국회 경험을 바탕으로 로펌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모든 보좌진이 정치인을 꿈꾸면서 오늘을 희생할 각오를 하고 있지 않다.

몇해 전 보좌진을 대상으로 설문 분석을 한 논문의 결론이 흥미롭다. 보좌진이 이직의도를 갖게 되는 이유로 직업 불안정성과 함께 과도한 업무량과 유해한 리더십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과 임기를 같이해야 하는 보좌진의 특성상 직업 불안정성은 어쩔 수 없지만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상존하는 것이 문제다.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다. 보좌진은 어디에 있든 전화 받는 때가 근무시간이고 의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일터라고 스스로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국회에서 의원의 의정활동 범위 넓어지면서 보좌진의 규모 확대를 모도한 적이 있지만 부정적 여론에 밀려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량보다 유해한 리더십이 더 나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유해한 리더십이다. 존경할 만한 의원의 긍정적 리더십이 이직 의도를 줄이지는 못하지만 반대로 유해한 리더십은 이직의도를 강화시킨다.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하는 것, 일이 완벽하지 않다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예기치 못하게 화를 내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의원들의 부당한 지시와 갑질은 선수가 높아질수록 더 많아진다고 한다. 선수가 거듭될수록 특권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아직도 다수의 의원들은 보좌진을 정서적 유대 속에 묶어두려 하지만 보좌진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충성의 시대에서 계약의 시대로 변한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학교 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