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커머스, 이제 '무임승차'는 없다

2021-12-16 11:49:03 게재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가 뒤숭숭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왠지모를 불안감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인수합병에 '적과의 동침'(협업)도 마다않는 이커머스업계 행보를 봐도 그렇다. '부자 몸조심'처럼 괜한 엄살이 아니다. 지금은 잘나가지만 언제든 도태할수 있다는 비장감마저 감돈다. 때 되면 나오는 증권사 시장전망 보고서마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2022년 온라인유통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국내 온라인시장 성장률이 둔화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투증권이 내놓은 온라인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내년 12.9%, 2023년 10.4%다. 수년째 20% 이상 가파르게 성장하며 단숨에 소매시장 절반 넘게 잠식할 듯한 기세를 보였던 이커머스업계가 저성장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한투증권은 성장둔화와 함께 이커머스들 증시상장(기업공개)이 빨라질 것으로 점쳤다. 증시상장 자체는 나쁠 게 없지만 문제는 서둘러야 하는 배경이다. 성장둔화는 경쟁심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피 터지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군량미(자금)를 쌓아 놓고 있어야 한다. 상장이 시급한 이유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설익은 실적(4조원대 누적적자)에도 미국 증시상장을 감행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성장, 생존때문이었다.

쿠팡에 이어 신세계이마트그룹 쓱닷컴과 장보기 앱 선두주자 마켓컬리 등도 내년 증시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든든한 '후원자'가 있고 나름 '내공' 강한 이커머스조차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투증권은 두곳 외에 또 다른 이커머스기업들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커머스시장이 상장을 서둘러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란 방증이다. 지난 2분기부터 이커머스업계 '판촉비'가 크게 증가한 것도 그렇다.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면 어찌됐든 마케팅 비용을 경쟁자보다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받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커머스 생존경쟁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한투증권은 상장으로 실탄(자금)을 확보한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내년 온라인시장 재편이 뚜렷해질 것으로 봤다. 상장을 못하거나 영업부진으로 자금이 딸린 이커머스는 생존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 상황이다. 내부경쟁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외부반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확실한 경쟁력을 지니지 못한 채 시장 진입만으로도 성장가도에 올라탔던 이커머스 기업가치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커머스시장에 더 이상 무임승차는 없다. 적자생존, 정글의 법칙만 있을 뿐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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