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인구감소, 위기를 넘어 재앙이다

2021-12-22 12:30:19 게재
김명전 칼럼니스트

2021년,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역사적 원년이다. 총인구가 지난해 5184만명에서 올해 5175만명으로 9만명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구감소는 이미 지난해 전조증상이 나타났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자연감소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예상했던 2029년보다 8년이나 앞당겨졌다.(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 세계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한명도 채 안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 것은 2006년부터다. 첫해 예산이 1조274억원.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는 35조7439억원, 올해는 42조9003억원을 투입했다. 올해까지 16년간 총 누적 예산이 정확히 198조5300억원이다. 예산은 계속 늘렸지만 합계출산율은 거꾸로 줄었다. 출산장려정책을 시작한 2006년 합계출산율이 1.132명이었다. 2018년 처음으로 0명대인 0.977명으로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 0.84명이다. 인구절벽 상황까지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민족과 국가의 생존 여부를 가름할 대재앙을 예고하는 신호다.

200조원의 예산을 퍼붓고도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늬뿐인 저출산 예산을 첫째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예산편성은 저출산으로 했지만 실제로는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얘기다. 태어날 아기나 아기를 낳을 산모에게 혜택이 집중되지 않았다.

저출산 극복 예산이 게임기업 지원, 에코 스타트업 지원, 협동조합 종사자 지원, 지역문화 기획자 지원, 프로 스포츠팀 지원, 가족 여가 진흥 등으로 빠져나갔다. 심지어 템플스테이 운영 지원까지 저출산 예산을 돌려썼다. 무대책 무개념의 예산 빼먹기다. 저출산 예산은 그야말로 눈먼 예산으로 먼저 빼먹는 게 임자인 셈이다.

예산 빼먹기로 실제 저출산 예산은 절반

더 심각한 것은 출산 관련 예산도 주먹구구로 집행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혼부부와 청년 임대주택 주거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을 통해 20~40㎡ 소형 평형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했지만 실패했다. 신혼부부와 청년들의 실제 입주 비율이 절반(51%)에 그칠 정도로 외면당했다.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하면 입주율은 더 낮아진다. 출산과 보육환경을 무시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10평 수준의 초소형 주택도 하나의 이유였다. 입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공급의 결과다. 신혼부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탁상행정이 만든 대책 때문이다.

지난 16년 동안 저출산 대책 예산 198조원 중 영유아 사업에 쓰인 것은 40.8%(81조7천억원) 뿐이다. 아동과 청소년, 산모 지원 등을 모두 포함해도 겨우 53.8%에 불과하다. 첫해인 2006년에는 영유아 대상 예산이 76.8%였다. 당시만 해도 실질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 2016년부터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지원을 저출산 대책에 포함하면서 왜곡되기 시작했다. 영유아 예산 비중은 지난해 30%대, 올해 20%대로 줄었다. 반면에 청년 대상은 올해 저출산 예산 전체의 61.0%를 차지했다.(감사원)

인구절벽에서 벗어나려면 저출산 예산개혁이 급선무다. 새해 저출산 예산에도 희망이 없다. 1월 1일 출생아부터 매월 아이돌봄 비용 30만원을 지급한다. 출산지원금(일시금) 200만, 만 8세까지 아동수당 월 10만원 지급이 전부다. 기타 영유아 돌보기 국공립어린이집 550개소 확충 등이 있지만 직접 지원이 아니다. 정부의 저출산 예산을 보면 위기의식이 없다.

인구위기에 직면한 선진국의 예산집행을 보면 알 수 있다. 영유아 등 자녀양육과 해당 가구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합계출산율 1.92의 프랑스, 1.79의 영국, 1.57의 독일 등 모두가 자녀양육 가구에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1.43의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가 당장에 개선해야 할 것은 예산이다.

아이 낳으면 의식주·보육 정부 책임져야

그렇지 않으면 출생아수 감소가 더 빨라질 것이다. 70년대 매년 100만명대이던 출생아수가 현재 20만명대다. 이 추세라면 2070년에는 총인구가 3700만명으로 줄어든다. 인구의 1/3에 가까운 27%가 사라진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생산연령인구(14~64세)가 2000만명대인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다. 2030년대부터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진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매달 30만원 아동수당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절망적이다. 출산 장려 캠페인이나 홍보, 선전에 돈 쓰는 것을 그만두자. 출산을 빌미로 예산 훔쳐 쓰는 것 중지해야 한다. 인구위기를 몰라서 아이를 안 낳는 것 아니다. 영유아와 산모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한마디로 아이만 낳으면 의식주와 보육은 정부가 책임지는 정책밖에는 없다.

김명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