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급증 … 채무상환능력 악화
대출 상환유예 종료시 부담 커져 … 금융기관 상호연계 위험, 비은행권 중심으로 증가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887조원에 달하고 증가 속도가 빨리지는 반면 채무상환 능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3월 종료 예정인 대출상환 유예조치가 한차례 더 연장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9월말 기준)'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88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 18.8%에서 2분기 13.7%로 다소 하락한 후 3분기 14.2%로 다시 상승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대출 증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대면서비스, 소득분위별로는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었으며 업권별로는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자영업자 폐업 지연, 부채 누증" = 보고서는 "자영업자 폐업률은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에도 불고하고 2019년 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는 등 폐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부채가 누증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자영업자 대출은 비자영업자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69.3%로 비자영업자(55.7%)보다 높았지만, 환금성이 낮은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29%로 비자영업자(11.7%)의 2.5배 수준에 달했다.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부동산가격 하락에 취약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부채 구조도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45.6%에 달하고 만기 1년 이내 대출 비중이 69.8%로 높아 차환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내년 3월에는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의 종료가 예정돼 있어 자영업자의 DSR 지표 전망 등을 통해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종료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만기연장 종료시 기존에 유예됐던 원리금 상환액을 추가 부담하면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1.3%로 만기유예 조치가 지속될 경우(39.1%)와 비교해 2.2%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 업종에서 DSR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특히 여가서비스(52.8%→56.1%)와 개인서비스(62.2%→65.9%)의 경우 각각 3.3%p와 3.7%p로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 있어 관계당국·금융기관 등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방안을 강구할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유동성, 기업으로 안가 = 이와 함께 보고서는 금융기관의 상호연계성이 커지면서 비은행권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권의 유동성이 기업 업황 부진 장기화 등으로 기업부문으로 공급되기 보다는 금융권 내에서 환류하고 있으며, 시중자금이 실적 배당형 금융상품으로 유입되면서 상호거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투자업권의 자산이 예금취급기관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증권사 및 투자펀드는 상호거래를 활용해 자금조달을 확대하면서 2010년 이후 레버리지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며 "또한 시장성 차입 의존도가 높은 여전사 및 증권사는 금융투자업권에 대한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차입 여건이 시장 상황 변화에 크게 영향 받는 등 자금조달 측면의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정 업권의 부실화가 상호연계구조를 통해 여타 업권에 전이되는 상호연계 리스크를 추정했다. 분석 결과 전이·취약 지수가 2010년 이후 상승하는 등 상호연계 리스크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말 기준 전이지수(업권 평균)는 6.9%로 투자펀드를 중심으로 2009년말(5.5%) 대비 상승했다. 취약지수(업권 평균)는 약 11.7%로 증권사를 중심으로 2009년말(9.5%) 대비 상승했다.
보고서는 "정책당국은 시장성 차입이 많거나 레버리지가 높은 업권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거시건전성 관리 정책이 현행 은행권 중심에서 비은행권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체계로 구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금융기관도 생산부문에 대한 자금중개 역할을 강화하고 자본적정성 외에 유동성 충격에 대한 정기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리스크 관리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