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녹색교육

농업 녹색교육, 최고의 진로교육으로 자리매김

2021-12-24 11:22:35 게재

고교생

녹색교육

농생명·농경제 콘텐츠로 '농업 인식 개선·인재 저변 확대' 쌍끌이 효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각국은 탄소중립과 건강한 먹거리, 식량안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재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유럽은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핵심 아젠다로 설정한 녹색정책을 쏟아냈다. 정책 속에는 미래세대가 좀 더 농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도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농업 주권 행동에 나섰다. 그러기 위해서는 품종 개발 등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농업의 저변을 확산시켜야 한다. 미래세대가 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녹색교육을 시작했다. 농생명 분야 핵심 사업을 엿볼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진행됐고, 올해는 농경제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서울대 농생대 심화캠프에 참여한 50여명의 고교생들이 11월 27일 허진회 교수를 비롯 멘토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농생대)에서 11월 27일 열린 '녹색과학 실험교실' 심화 캠프와 21일 'AI(인공지능) 녹색경제 탐구교실' 보고서 제출을 마지막으로 2021년 고교 농업·농촌 분야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끝났다. '녹색과학 실험교실 & AI 녹색경제 탐구교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농업 인재 양성을 위해 기획, 작년부터 시작한 고교 대상 지원 사업이다. 1800여명의 고등학생들은 일반 고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농업생명과학 분야 특강과 실험 수업에 참여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농생명과학 분야 진로·진학에 대해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농업=농사' 틀 깨야 = 최근 농업은 △녹색과학 △농생명 △6차산업 등 첨단 과학 기술과 결합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작물을 개발 연구하거나 농장 체험 ·숙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가 고양이를 알아보게 하는 방법을 머신러닝 원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AI 녹색경제 탐구교실' 수업 장면. 사진 홍혜경

하지만 농업이라고 하면 아직도 쌀·농사·벼 등을 떠올리는 학생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만큼 6차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요즘 시대 농업' 트렌드를 알 수 있는 학습이나 지원이 학교 현장에 부족했던 것.

'녹색과학 실험교실 & AI 녹색경제 탐구교실'에 참여해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지켜본 교사들은 "수업을 계기로 학생들이 농업생명과학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돼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농업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농업계 특성화고가 아닌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농업 관련 학과 진학에 대한 정보 제공과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농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미래 농업 인재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녹색과학'과 '녹색경제'의 두 트랙으로 신청 고교별 방문 교육으로 이뤄졌다. 주로 '녹색과학'은 실험을 중심으로 한 자연 계열 학생, '녹색경제'는 농촌 체험 마을 활성화를 위한 전략 수립이라는 내용으로 인문 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PCR을 활용한 유전자 증폭 실험에서 면봉을 이용해 볼 안쪽의 세포를 채취한 샘플을 피펫을 사용해서 마이크로 튜브에 담는 장면. 사진 이의종


◆고급 실험 돋보인 '녹색과학' 수업 = '녹색과학 실험교실'은 일반고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생명과학 실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농업생명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육과정으로 편성했다. 프로그램은 서울대 연구진이 농업 분야 진로를 기반으로 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도록 설계했다. 당연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2021 녹색과학 실험교실' 참여 학생들의 프로그램 만족도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5점 만점에 평균 4.5점 이상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상대적으로 체험 기회가 적은 지방 고교생들 참여도가 높았다.

전북 남성고 2학년 김하겸 학생은 "생명과학분야와 연관된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실험은 장비 미비로 체험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대장균 증식 실험을 이용해 인슐린의 대량생산이나 여러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농업생명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의대 약대 자연대에서 배우는 생명과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했다"고 전했다.

'녹색과학 실험교실'은 고교별로 △진로·진학 특강 △세균의 증식 및 항균 작용 △대장균 형질전환 및 유전자 발현 △플라스미드 DNA 분리 △DNA 전기영동 등 4가지 실험 수업으로 구성, 전국 20개 고교에서 진행됐다. 특히 심화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고가의 실험 기구를 이용한 PCR 활용 유전자 증폭 실험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PCR(유전자증폭) 기술은 농생명과학은 물론 의학 약학 기초과학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도 이에 속한다. 응용범위도 넓어 유전공학은 물론 농업생명과학 분야에서도 비중 있게 다룬다. 예를 들어 농산물의 병원균 감염 여부나 농산물이 국산인지 외국산인지 확인이 필요한 검역에도 많이 활용된다.

수업 내용을 설계한 허진회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올해는 농업과 직접적으로 연관 돼 있는 토마토 유전자 소개나 형질전환 작물 만드는 방법 등의 유용한 내용이 많았는데 여기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PCR"이라며 "방법은 같으나 적용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맛 유전자를 PCR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실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멘토로 2년째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작물생명과학전공 2학년 신은지 학생 강사는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며 "농업생명과학 관련 활동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농생대 진로를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녹색경제' 수업, 농촌 마을 관광에 AI·빅데이터 적용 =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게 신기해요."

지난달 25일 서울 풍문고 컴퓨터실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개별 컴퓨터 화면에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이 띄워져 있었다.

머신러닝은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주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어떤 패턴이나 규칙을 컴퓨터가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방법이다.

'AI 녹색경제 탐구교실'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업이나 농촌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수업으로 전국 5개 고교에서 진행됐다.

수업을 맡았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김성민 교수는 "우리가 의사 결정을 할 때 직관이나 감각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다면 좀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 습관을 기를 수 있다"며 "머신러닝은 객관적 분석을 가능케 하는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분야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서울 풍문고 2학년 금고은 학생은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주제를 좋아해서 이번에도 키워드만 보고 수업을 신청했다"며 "'강원 정선 개미들마을'을 중심으로 한 '농촌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분석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얻은 게 많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 후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농촌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 보고서'에는 수준 차이는 있으나 최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어 '농촌·농업과 AI 역량의 연계'라는 수업 목표 구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