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2022 유통산업 대전망 - 막오른 '판매채널' 생존경쟁
오프라인 보완하고 온라인 잡는다
디지털전환 속도내며 물류거점 확보 총력
M&A·자본확충 등 '덩치' 키우기 고민
인수가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제휴라도 맺어야 한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처럼 지분을 맞교환하거나 11번가가 아마존 손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
오프라인을 넘어선 온라인시장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어쩔 수 없다. 당장 온라인 판매를 늘리려면 배송역량을 키워야 한다. 물류센터 확충은 기본. 배송역량이 뒤쳐져 경쟁업체에 손님을 뺏길 수 없다. 풀필먼트(입고·보관·출고·반품·재고관리 일괄처리)가 필수가 된지 오래다.
문제는 자금사정이다. 총알없인 전투에서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신흥 유통기업들이 증시상장에 목을 매고 투자자를 찾는 데 혈안이다.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SSG닷컴 11번가 등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곳이 눈에 띄게 많은 이유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강점을 가진 곳만이 유통산업이란 정글에서 도태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한 투자보고서에서 "2022년엔 온오프라인 융합을 통한 점유율 확보가 주가상승에 가장 큰 트리거(기폭제)"라며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이커머스시장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오프라인을 보완하지 않는 온라인(이커머스)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온라인을 보완하지 않는 오프라인 역시 생존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생존경쟁의 막이 올랐다.
◆이커머스 점유율 쟁탈전 심화 = 올해는 이커머스시장 쟁탈전이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국내 온라인시장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쿠팡 '쓱닷컴+이베이코리아 ' 등 상위 3개 이커머스 점유율을 다 합쳐도 50%가 안될 정도다.
온라인시장은 해마다 10% 넘게 커지고 있지만 독보적인 이커머스는 아직 출현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 한 분석가는 "40%가 넘는 점유율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아마존은 적극적인 사업영역 확장으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했다"면서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검색포털 가격비교 서비스를 통한 가격경쟁이 심화되며 플랫폼 자체 경쟁력이 되레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국내 이머커스시장에 출혈경쟁 대신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부터 자본을 늘리고 지분을 교환하며 인수합병에 나선 이커머스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3월 뉴욕거래소에 상장 후 조달한 자금으로 영역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일본 대만 등 해외로 나가고 있다. 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만들고 외식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를 앞세워 퀵서비스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네이버와 이마트그룹은 지분을 맞교환하며 제휴를 모색했다. 강력한 검색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강자의 결합인 셈이다. 이마트의 오프라인 물류거점과 신선식품, 네이버의 플랫폼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다. 시장점유율 늘리기 위한 짝짓기 행보는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마트는 또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0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역시 점유율 확대를 위한 노림수다. 이마트그룹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 거래액을 단순 합해도 2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커머스시장내 2위 규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고객·결제 데이터와 풀필먼트 노하우 등 SSG닷컴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과 제휴 바람은 올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인터파크 요기요 등 매물로 나온 이커머스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1번가와 아마존처럼 세계적 플랫폼과 협업을 추진하려는 곳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그동안 디지털전환에 더딘 모습을 보여온 '유통공룡' 롯데그룹 행보가 관심이다.
◆새 격전지 온라인 식품시장 = 온라인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식품부문이다. 성장 가능성은 높은데 독보적인 시장지배자가 없기 때문이다.
식품은 더욱이 온오프라인 보완적 성격이 더 강한 특성이 있다. 식품 도심 물류 거점을 확대하기 위해선 콜드체인 인프라가 필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시장 판매 확대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퀵커머스(주문 즉시 배송)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식품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배달음식시장만 봐도 그렇다. 2017년 2조7000억원이던 음식서비스시장 규모가 2020년 17조3000억원으로 5배 이상 커졌다.
지금까진 배달의민족 같은 음식배달 플랫폼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젠 '30분 내 배달해 주는 퀵커머스서비스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할 태세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 확대는 기존 유통업체에게 유리한 기회"라며 "할인점은 영업시간 규제에 따라 새벽배송에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지 못했지만 영업시간 규제 제한을 받지 않는 시간대 비중이 높은 퀵커머스는 기존 매장을 활용할 경우 최소한의 비용으로 단기간 내 시장 침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퀵커머스시장에 발을 들였고, 롯데마트는 2시간 배송을 목표로 '바로배송'서비스 점포를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이동형 냉장 물류창고를 개발해 퀵커머스 진출을 알렸다. 오아시스마켓과 메쉬코리아(부릉)는 합작법인을 세워 퀵커머스시장에 진출한다. GS리테일은 자체 배달앱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를 출시하고 메쉬코리아 지분과 요기요 지분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선 유통업의 디지털전환이 오프라인의 대체 성격을 지닌다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면서 "그러나 둘은 오히려 보완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오프라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