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사과에도 … 갈수록 들끓는 민심

2022-01-18 12:01:10 게재

전국서 현대산업개발 퇴출 운동

정 회장, 뒤늦게 사고현장 방문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와 관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사과하고 사퇴했지만 여전히 전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한다"고 분노했고, 안전과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입주 예정자들은 현대산업개발(현산) 퇴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 반발 = 정 회장은 사고 발생 7일째인 17일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이어 참사 현장을 방문해 거듭 사과했지만 분노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앞둔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단지 내에 현대산업개발 배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곽태영 기자


사과 장면을 지켜본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는 "사과를 할 거면 현장에 와서 해야지, TV에 나와 고개 몇 번 숙이는 건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정 회장 사퇴 발표 직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사고 발생 일주일 만에 사고 현장도 아닌 서울 본사에서의 사퇴 발표는 실망을 넘어 분노와 울분만 줄 뿐"이라고 비난했다.

들끓는 민심은 현산 퇴출운동으로 번졌다.

광주 최대 재건축 단지인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이 총회를 거쳐 현산과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합은 총회 안건 상정을 위해 여론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현산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총회에서 결정이 나면 곧바로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현산에 목숨 못 맡겨" = 이같은 움직임은 현산 아이파크 신화를 일궜던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에 현장 안전점검을 의뢰하는 한편 전담팀을 만들어 현산이 공사를 맡은 구역에 대해 면밀한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총회에 올리는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산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6700세대 규모 개포주공 1단지에서도 불신이 크다. 계약 해지는 아니지만 단지 이름에서 현산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빼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에서도 아이파크 입주자 예정협의회 및 재건축조합 등이 현산의 시공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거나 아파트 이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는 최근 현산의 시공사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었다. '안전한 아파트를 바라는 관양 현대 시니어모임' 명의 현수막에는 '현대산업개발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 맡길 순 없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무관하게 일부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현산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성난 민심을 전했다.

현산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광명11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원들도 최근 조합 측에 현산의 시공권 박탈이 가능한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현산과 공급계약을 맺은 안양역세권지구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일부 조합원들도 최근 사태와 관련해 지도부 입장을 요청하는 등 동요하고 있다.

기업에 우호적인 부산에서도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을 우려하는 주민이 부쩍 늘었다.

재개발지역인 시민공원촉진3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아이파크 브랜드를 더 이상 내걸 수 없는 지경"이라고 걱정했다. 현산과 롯데건설이 함께 짓는 대연3구역(4500세대)은 아이파크 브랜드를 빼고 디아이엘로로 바꾸는 등 현산 퇴출운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제형 곽태영 곽재우 최세호 방국진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