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지못미' 우선 순위는
시의회와 SNS 공방
예산삭감 두고 7차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줄임말)' 예산 시리즈가 7편으로 일단 막을 내렸다. 신년 초부터 그것도 지나간 예산을 두고 오 시장이 시의회를 공격하자 "아쉬운 심정은 알겠지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못미 시리즈 순서에서 배경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새해 첫 주인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모두 7차례 지못미 시리즈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달아 올렸다. 1탄 장기전세주택, 2탄 지천 르네상스, 3탄 1인가구에 이어 청년 안심소득 서울런 골목상권으로 마무리 지었다.
오 시장은 각 시리즈를 올리며 자신의 주력사업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를 비판했다. 7일 올린 첫 지못미 예산 시리즈 장기전세주택 편에선 "월세난민의 아픔을 외면했다"며 시의회를 조준했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가 서울시가 도입하려던 민간 참여형 장기전세주택 예산 약 40억원 중 97.4%를 감액해 조금이나마 월세난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틀어막았다는 것이다.
두번째 지못미 시리즈에선 지천 르네상스 예산 삭감을 지적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내 곳곳을 흐르는 70여개 지천을 매력적인 수변공간으로 바꾸는 지천르네상스 사업이 본격 시작을 앞두고 암초에 부딪쳤다"며 "시의회가 올해 예산 75억원 중 약 80%인 60억원을 삭감해버렸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진 시리즈들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1인가구, 안심소득, 서울런 등 자신의 대표적 정책구상들이 어떻게 좌절됐는지를 시의회 예산 삭감 내용을 하나하나 예로 들어 설명했다.
오 시장이 간신히 봉합한 시의회와 관계에 파열음을 내면서까지 삭감 예산에 미련을 보인 건 그만큼 애착이 많은 사업들임을 방증한다. 지못미 시리즈에 담긴 정책들은 사실 오 시장의 대선 공약들이다. 서울시장 선거 이전 오 시장은 대선 직행을 준비했었다. 박원순 전 시장 유고로 갑작스런 보궐선거가 잡히고 오 시장이 무대로 소환되면서 노선이 급변경된 것이다.
이 공약들이 오 시장이 오래 공을 들인 사업들이란 건 그가 쓴 책에서도 확인된다. 2019년 1월 출판된 그의 책 '미래: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에는 1인가구 문제, 안심소득 실험, 서울런 등에 대한 단초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선을 꿈꾸며 오랜 시간 가다듬은 정책과 사업들인 만큼 이번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삭감된 데 대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개인적 아쉬움 토로라고 보기엔 공개된 메시지의 무게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의회 한 3선 의원은 "철 지난 예산을 다시 꺼내 무려 7차례나 공격하는 건 '시의회 때문에 하려던 일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고 밑밥을 까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며 "지지층에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시의회를 바꿔달라, 시민들에겐 시의회 때문에 서울시 사업이 모두 망가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7탄을 끝으로 지못미 시리즈는 마감한다"며 시의회의 지적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지키지 못한 예산과 사업에 대한 아쉬움과 설명 차원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