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차익 논란에 "넓고 평평한 운동장 만들 것"
2022-01-26 11:08:28 게재
정은보 금감원장, 규율체계 만들어 동일하게 규제·감독
금융서비스중개업 등 방안 검토 … 금융플랫폼 간담회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6일 오전 금융플랫폼 간담회를 열고 "금감원은 테크기업과 금융회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금융중개 관련 일반적 규율체계를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시행된 일본의 금융서비스중개업과 최근 주요국 규제 사례를 연구하고 업계 현장과 국내 연구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6월 금융서비스중개법을 제정하고 금융서비스중개업 등록시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업권의 중개영업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정 원장은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대원칙 하에 금융플랫폼에 대한 감독방향을 설정할 것"이라며 "테크기업과 금융회사 간 불합리한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금융플랫폼 영업환경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테크기업과 금융회사 간 서비스 융합은 2014년 카카오가 16개 은행과 공동으로 뱅크월렛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촉발됐다. 전 영역으로 확대된 플랫폼 비즈니스는 금융분야에 빠른 속도로 파고들어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정 원장은 "지금까지는 테크기업이 디지털금융 혁신을 선도해왔다"며 "전자상거래와 컨테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업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금융업 매출 비중은 2019년 9.3%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 6월 기준 14%로 늘었다. 카카오의 경우 2019년 4.6%에서 지난해 6월 기준 8.6%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정 원장은 "금융회사 또한 2019년 오픈뱅킹을 시작으로 현재 '원 앱' 서비스 전략을 추구하는 등 발 빠르게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테크기업과 기존 금융회사가 다 같이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른 바 '확대 균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금융회사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정 원장은 "우선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확대를 검토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서비스 테스트 지원 등 금융의 신사업 지출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회사 계열사 간 정보공유와 핀테크기업 투자 제한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플랫폼 이용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방지도 강조했다.
정 원장은 "금융상품 추천에 활용되는 알고리즘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해서 소비자 피해 발생을 예방하겠다"며 "간편결제 수수료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부과되도록 유도하고 수수료 공시시스템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소비자 보호와 디지털 플랫폼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복원력을 확보하고 사이버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으로 인해 양측이 서로 사업을 못하는 것보다는 혁신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며 "규율체계를 만들어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플랫폼 기업 네이버파이낸셜 최인혁 대표와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참석했고,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KB금융지주 조영서 전무, 신한금융지주 김명희 부사장, 하나금융지주 박근영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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