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역대 최고실적에 공격적 투자 나서

2022-02-04 11:21:20 게재

작년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엔 돌파

반도체·게임 등 투자·M&A 확대

전기자동차 분야 진출 전격 선언

일본의 소니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왕성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언론은 지속적인 구조개혁과 함께 실적개선에 따른 재무건전성의 재정비를 통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했다.

소니는 2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도도키 히로키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2년 3월기(2021년4월~2022년3월 회계연도) 연결영업실적 전망치와 관련, 영업이익이 1조2000억엔(약 1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전망치보다 1600억엔이나 늘어난 수치로, 전년 동기(9700억엔)에 비해 24% 이상 증가한 것이다.

매출도 지난해(8조9994억엔)보다 10% 이상 늘어난 9조9000억엔(약 103조95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3분기 동안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3% 늘어난 7조6575억엔,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0% 증가한 1조637억엔으로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그룹내 영화와 게임, 음악 등의 분야에서 골고루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소니가 이번 회계연도부터 국제회계기준으로 바꾸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영업이익 1조엔을 넘어서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그룹 회장이 지난달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CES 행사에서 소니가 전기차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UPI = 연합뉴스


소니는 최대의 실적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최근 3개월 동안 미래 성장전략과 관련한 세 가지 대형 투자를 결정했다. 우선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설립하는 신설공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센서(CMOS) 분야에서 세계시장 선두를 달리는 소니는 이번 TSMC에 대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반도체칩 공급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들어서도 소니는 왕성한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회사인 소니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가 미국 게임소프트 개발업체인 '번지'를 36억달러(약 4조3600억원)에 인수해 게임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업체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1조9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향후 게임시장에서 MS와 소니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도키 히로키 부사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대형 IP(지적재산권)와 새로운 게임 이용자를 확보해 에코시스템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번지 인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소니는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올해 CES에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요시다 켄이치로 그룹 회장 겸 CEO는 지난달 4일 열린 CES에서 "올해 봄 소니모빌리티라는 새 회사를 설립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당시 "전기차 사업인 비전-S는 안정성과 적응성, 엔터테인먼트에 기반해 만들어졌고, 편안한 주행 경험을 만드는데서 안전이 1순위였다"면서 "적응성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진화가 가능한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연결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소니의 미래가 압도적으로 밝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 등에서 이미 한국의 삼성과 미국의 애플 등 앞선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의 영업이익률은 9% 수준으로 애플의 30%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현금 보유도 삼성은 소니의 7배에 달한다"면서 "이들 기업은 자금력뿐만 아니라 특정 사업영역에 집중해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규모가 소니와 비교해 월등하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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