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증액 놓고 여당-정부 '평행선'

2022-02-09 12:27:21 게재

이재명 35조 요구에 홍남기 "수용 어렵다"

재난지원금 전철 밟나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됐지만 규모를 놓고 청와대·정부와 여당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여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추진했다 '홍남기 벽'에 부딪쳐 좌절됐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전철을 밟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새해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인 1월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예상치 못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어려움이 커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추경 규모를 놓고 정부와 여당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코로나 피해 손실을 제대로 보상하기 위해선 추경 규모를 35조원으로 늘려야 한다며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14조원의 추경으로는 소상공인 지원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규모 증액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원회 15조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25조원 등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증액한 액수를 더하면 추경 규모는 54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대규모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4조원 규모의 추경에서 일부 미조정은 될 수 있겠다"면서도 "규모가 2~3배가 되는 것은 너무 부작용도 크고 미치는 영향이 커 받아들이지 어렵지 않겠나 한다"고 국회 증액 요구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정부가 추경안의 조정 가능성을 닫아둔 것은 아니다. 김부겸 총리는 같은 날 예결위에서 "지난 2년이 넘는 동안 희생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을 위한 합당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회가 뜻을 모아주신다면 정부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는데 모른체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8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도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며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합리적 대안'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대규모 증액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실제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 발언 이후에도 예결위에서 "사각지대라든가 국회에서 제기하는 일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꼭 필요한 부분은 증액 요인도 있을 것이고 정부가 제출한 규모에 전후해서 통상적으로 국회에서 하는 것처럼 감액과 증액의 논의는 있겠지만 35조원, 50조원 규모는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고 거듭 대규모 증액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폭적인 추경 확대를 통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려던 이 후보로서는 난감해진 모습이다.

앞서 이 후보와 여당은 지난해 말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반대에 부딪쳐 철회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 후보와 재정당국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으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철회한 직후에서야 '국민과의 대화'에서 "내각의 판단을 신뢰한다"며 홍 부총리의 손을 들어줬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반기겠지만 추경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호응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때처럼 추경 증액을 놓고 정부와 지지부진한 대립을 이어간다면 오히려 이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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