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오해와 한계

사업주 처벌만 부각돼 … 모호한 법 규정은 보완 필요

2022-02-09 10:58:30 게재

법에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하면 면책 가능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 불명확해 논란

사고의 복잡성 고려해 처벌기준 명확해야

지난달 29일 건설용 골재업체 삼표산업 채석장이 붕괴돼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성남시 판교 건물 신축현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던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합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 시행됐지만 작업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잇따른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당위성을 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 기업들의 우려는 명분을 잃었다.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적용이 유력시 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첫 적용 사례로 처벌 수위와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 제정 후에도 사업안전 허술 =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26일 제정됐다.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해 중대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와 시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게 목적이다. 법의 주요내용은 '적용범위 및 시기' '안전보건 확보의무' '안전보건 위반 시 제재' 등이다.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38명이 사망한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여론이 확산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산업재해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여전히 법 제정 이후에도 많은 사업장 안전관리가 허술하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후에도 1만6718곳의 작업장이 추락위험 예방 조치, 끼임 위험 예방 조치, 개인 안전보호구 착용 등 3대 안전조치를 위반해 적발됐다.

2021년 일하다가 사망한 근로자는 828명이다. 하루 평균 2.3명이다. 1주일에 16명 정도가 세상을 떠났다. 2020년에도 882명이 사망했다.

최근 발생한 사고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사망사고 대부분은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사망사고 81%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사망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장이 현재 법 적용에서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사업장 안전관리 강화는 더없이 중요하다.

◆의무사항 이해 어려워 = 대기업들은 법 시행 이후 적극 대처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법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준수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2021년 12월)에서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53.7%는 시행일까지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들은 법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 △의무사항 이해의 어려움 △전문인력 부족 △안전보건시설 확충 비용 마련 어려움 등을 꼽았다.

안전보건공단의 2020년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은 경영진의 안전보건 인식수준 미흡, 자금력 부족으로 안전설비 투자 미흡, 전문인력 미확보, 근로자 인식수준 낮음 등이 지적됐다.

중소기업계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답답하고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처벌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누구하나 법을 완벽히 지킬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법에서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게 사업 또는 사업장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명시했다. 제3자에게 도급·용역·위탁 등을 한 경우에도 해당한다. 사고가 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게 돼 중소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걱정은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1월 발행한 중소기업포커스에서 채희대 연구원은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노력하면 면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 달리 사업주에 대한 처벌만 부각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었다는 것이다.

실제 법에서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시 제재로 처벌 및 양벌규정이 있지만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법인·기관도 안전보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감독을 한 경우에는 면책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채 연구원은 "중소기업은 안전보건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정부의 다양한 예방정책과 지원사업을 활용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면책기준 구체화 필요 = 많은 전문가들도 중소기업이 좀더 관심을 기울이면 중대재해를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3년(2018~2020)간 발생한 사망사고 주요 유형은 '떨어짐'(1051명) '끼임'(317명) '부딪힘'(247명) 등이다. 좀더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유형들이다.

하지만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모호한 법 규정은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는 설득력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9월 공동으로 조사한 실태조사에서 기업 47.1%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이 법 준수 이행을 어렵게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에서 명시한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하다. '이에 준하여'의 의미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모호한 표현으로 경영책임자가 기업의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재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모든 재해에 대해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이행조치를 강제하는 것은 경영책임자 의무로 적절치 않다는 게 중소기업계 주장이다.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관계 법령'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할 수 없다.

원청이 책임져야 할 도급, 용역, 위탁 등의 범위가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어 원청의 책임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채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다양성과 중대재해사고의 복잡성을 고려해 사례별로 구체적인 면책 기준을 분명히 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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