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논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이재명 "민주공화국 YES, 검찰제국 NO"

2022-02-15 11:59:31 게재

검찰 독립성 보장 vs 무소불위 검찰권력 견제

민주당 반대해 검찰청법 개정 쉽지 않아

검찰청법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될지 주목된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사법개혁 방안의 하나로 수사지휘권 폐지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법 개정 사항이어서 21대 국회에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역대 4번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됐는데 모두 민주당이 집권한 시기였으며,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로 이어졌다.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침해라는 주장과 '검찰 권력에 대한 문민통제'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수사지휘 받은 윤 후보가 폐지 주장 = 윤석열 후보가 사법개혁 공약으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14일 공약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중도 사퇴한 뒤 정치권에 뛰어들게 된 계기 중 하나다.

윤 후보는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무·검찰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사회를 실현하도록 개혁하겠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 강화하겠다"며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다. 현행 검찰청법 8조(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휘권 발동 후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져 = 이 규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총 4차례였다.

당시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았던 검찰총장은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법무부 장관이 처음으로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를 한 건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다.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6·25는 통일 전쟁'이라고 발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고 사직했다.

이후 10여년이 넘도록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발동되지 않았다. 보수정권 시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 또는 직접 검찰을 '은밀히' 지휘하고 검찰은 이를 당연시했다. 일종의 '밀월'관계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오히려 검찰의 정치예속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정부 들어 3번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1년 동안 두 차례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당시 윤석열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 하자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당시 윤석열 총장에게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후 같은해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과 윤 전 총장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에서 빠지라는 수사지휘권을 추가로 발동했다.

이어 취임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해 재소자 김 모씨의 모해위증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3번의 수사지휘를 받은 윤 후보는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뒤 야당인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 '수사지휘권 폐지'를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찬반양론 이어질 듯 = 수사지휘권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이날 공약 참고자료를 통해 문재인정부 시기 수사지휘권 발동을 언급하며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 전 장관을 가리켜서는 "'검찰 개혁'이라고 외치면서 구체적 사건에 관한 수사지휘권을 남용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검찰 개악'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공화국 YES, 검찰제국 NO"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후보는 최근 제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한 현장연설에서도 "5년짜리(대통령)가 감히 검찰에 겁도 없이 달려드느냐 생각하는 검찰국가가 되면 누구의 불행이겠느냐"며 "검찰공화국, 공안, 통치국가, 숨도 쉴 수 없는 나라, 경제가 망가지고 서로 갈등과 증오로 대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수사지휘권 폐지는 쉽지 않다. 국회에서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21대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김선일 엄경용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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