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와이어카드에 이어 이번엔 부동산그룹 분식회계 의혹
북부·서부 주거용 부동산
자산 평가 적정성 의문
당국 강화된 권한 첫 행사
23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금융감독청이 애들러 부동산 AG의 재무제표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들러 부동산 AG는 애들러 그룹에서 가장 비중이 크고 현재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애들러는 독일 북부와 서부지역 주거용 부동산의 상당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애들러의 분식회계 혐의는 지난해 10월 공매도 투자자인 부크로이 리서치(Viceroy Research)가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부크로이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애들러의 자산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또한 독일 최대의 부동산 파산 부문을 관장했던 오스트리아 기업가 세브데트 캐너(Cevdet Caner)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담고 있다. 애들러 주가는 보고서 발표 이후 40% 가까이 폭락했다.
애들러는 부크로이가 제기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으며, 그룹 감사를 맡고 있는 KPMG에게 혐의와 관련한 포렌식 검토를 의뢰했다. 애들러는 KPMG의 포렌식이 진행 중이며 올해 2분기 이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렌식 작업은 애들러 그룹의 지난해 연간 실적에 대한 감사를 완료하는 데 필요하다.
금융감독청은 지난해 애들러 부동산의 재무제표와 관련해 '재무보고집행패널'(FREP)에 감사를 요청했다. 독일의 회계감독체계는 1차적으로 민간 중심의 재무보고집행패널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감독청이 나서는 이원적 감독 구조였다. 하지만 이 같은 감독체계는 수십년만에 발생한 유럽 최대 분식회계 사건인 핀테크업체 와이어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변화를 겪게 됐다.
당시 언론은 "분명한 위험신호가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당국은 와이어카드에 대한 회계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더딘 의사결정과 불충분한 감독, 당국 간의 분열된 책임 소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후 독일 금융감독청을 강력한 검사권을 가진 미국의 증권선물위원회(SEC)와 유사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개혁이 진행됐다. 금융감독청은 재무보고집행패널을 흡수하게 됐고, 기업 회계장부에 대한 조사권한을 부여받았다. 애들러 그룹에 대한 감사는 금융감독청이 새로운 권한을 행사하는 첫 사례가 됐다.
독일 일간지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금융감독청의 감사 착수에 관련한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애들러 그룹과 애들러 부동산측은 파이낸셜타임스에 "규제기관의 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관련 당국과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들러는 지난달 예정됐던 연간 실적 발표를 연기했다.
연간 실적 발표가 연기된 직후 독일 3대 자산운용사 유니온(Union)의 부동산 자회사인 유니온 투자 부동산(Union Investment Real Estate)의 최고경영자 미하엘 뷔터( Michael Butter)는 애들러 감사위원회 위원장직에서 사임했다. 애들러와 유니온은 뷔터의 갑작스런 사퇴가 회계조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애들러는 부크로이가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기 전부터 정밀 감사에 직면했다.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도이체뱅크(Deutsche Bank) 등 애들러와 거래한 주요 은행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내부고발자는 이메일에서 오스트리아 기업가 캐너가 복잡하고 불투명한 구조를 통해 애들러와 몇몇 관련 기업의 연루 혐의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너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에 애들러 그룹 지분을 가족신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애들러의 주주가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