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그날처럼' 곳곳서 3.1운동 현장 재현

2022-02-28 11:45:20 게재

잊혀진 만세운동 현장 찾아내

기념공간 조성, 지역 자긍심↑

독립운동성지는 태극기거리로

"40여년간 포상기록을 찾아다녔지요. 경기도 광주로, 서울 성동구 강남구로…. 기록을 다 넘겨줬다, 못받았다는 얘기만 거듭 들었는데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됐어요."

서울 강동구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김남태(65·강일동)씨에게 3.1절은 항상 특별했지만 103주년이 되는 올해는 의미가 한층 더하다. 103년 전 할아버지가 만세운동에 동참했던 그곳 인근에 만세광장이 들어서고 그를 비롯한 가족들 눈앞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용산구는 순국선열들이 잠든 효창공원 일대에 태극기거리를 조성했다. 코로나19로 기념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주민들이 거리를 걸으며 순국선열과 독립운동 정신을 되새기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 자치구가 3.1절 103주년을 맞아 주민들 일상이 닿는 곳곳을 독립운동 현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잊혀졌던 만세운동 현장을 찾아내 기념공간을 조성하는가 하면 특별한 태극기를 내걸어 그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강동구는 25일 상일동 '상일리 만세광장'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함께 기념행사를 연다. '상일리 3.1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원년 행사다. 김남태씨는 "만세광장 바로 옆 개천에 있던 다리가 집결지였다"며 "성동구 왕십리에서 광주군 각지로 가는 버스가 지났고 인근이 헌병주재소였다"고 설명했다.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 낭독 이후 전국에서 만세시위가 이어졌는데 상일리가 포함된 경기도 광주는 27일이었다. 구천면 동부면 서부면 농민 1000여명이 상일리에 집결해 헌병주재소를 포위하고 맹렬한 시위를 전개했다.

강동구는 25일 만세광장 내 장식벽과 조형물 제막식에 이어 당시 의상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군가'에 맞춰 그날의 함성과 행진을 재현한다. 이후에도 특색있는 독립기념행사 등을 개발해 주민들과 함께 역사적 의미를 공유하고 지역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는 구상이다.

영등포구는 국사편찬위원회 등 자료에 근거, 4곳 만세운동 터를 찾았다. 2020년 영등포역 광장에 이어 올해는 양평동에 표지석을 더한다. 9호선 선유도역 인근 공개공지다. 가로·세로 각각 100㎝와 65㎝, 폭 50㎝ 화강석에 '1919. 3. 23. 영등포면 양평리, 이곳에서 300여명이 만세운동을 벌여 일제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다'는 문구를 새겼다.

구는 당산리와 양진리 터에도 만세운동 표지석을 설치하고 탐방지역에 더할 예정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함성이 울려퍼진 당시의 보리밭은 사라졌지만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 가슴속에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존경받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용산구는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부터 효창공원까지 710m 구간을 태극기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코로나로 기념식 개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3.1절을 기념하고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태극기거리는 3월 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백범 선생을 비롯한 애국선열이 잠들어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에 태극기거리를 조성해 일상 속 애국심 고취의 기회를 마련했다"며 "거리를 거닐며 3.1 운동 정신을 나누고 나라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평구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통일로 등 주요 거리에 '진관사 태극기' 2000여개를 내건다. 일장기 위에 먹으로 그린 태극기다. 독립운동가 백초월 스님이 진관동 진관사에 보관, 지난 2009년 발견됐다.

이밖에 중랑구는 3월 1일 망우리공원 유관순 열사 분묘합장묘역에서 '나라사랑 기념식'을 열고 한용운 오세창 등 애국지사를 함께 기린다. 서대문구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중심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준비했다. 관악구는 3월 4일부터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집필활동을 해온 작가들과 함께 하는 '독립운동가 열전' 인문학 강좌를 연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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