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슬기로운 소비생활
소비자는 '최저가' 찾고 유통가는 '집밥족' 공략
외식물가 급등에 주방가전 뜨고 홈카페시장도 활기 … 온라인 장보기 일상화 '100원 삼겹살·채소' 등장
자동차 기름값부터 서민술 소주값까지. 월급 빼고 다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에 세계곡물값은 천정부지. 널뛰는 외식물가에 서민들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5% 올랐다.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단골 외식 메뉴였던 김밥 라면 돈가스 삼겹살부터 야식으로 자주 찾는 치킨까지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일제히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는 얘기다.(표 참조)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배달 수수료까지 오른 상태다. 이젠 사서 먹기도, 배달 시켜 먹기도 겁 날 정도다.
반면 삼시세끼 집에서 해결하려는 소비자는 늘고 있다. 외식 대신 집밥을 택한 셈이다. 에어프라이어 전기레인지(인덕션) 등 주방가전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 한시적이지만 최저 가격으로 식료품을 내놓는 '특가 딜'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100원짜리 삼겹살' '100원 채소'가 등장했을 정도다. 소비자를 유인하려는 유통가 '미끼상품'인줄 알지만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최저가 상품만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 됐을 정도다. 초고물가 시대,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시작된 셈이다.
◆장보기 플랫폼 이용자 급증 =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은 최근 "올해 1~2월 신규 가입 고객수가 직전 월 동기(2021년 11월~12월)보다 36.9% 증가했다"고 발혔다. 이 기간 신규고객 60.1%가 '100원 특가 딜'(사진)을 통해 유입됐다. 10명 중 6명 이상이 '100원 특가 딜' 때문에 GS프레시몰을 처음으로 찾았다는 얘기다.
GS리테일 관계자는 "100원 특가 딜은 GS프레시몰이 신규 고객 대상으로 운영하는 파격 프로모션"이라며 "신규 가입 고객은 첫 구매 때 '프리미엄6년근 홍삼진액'(1만9800원) '킹갈비탕'(1만6400원) '1등급 삼겹살구이'(1만1800원) 등 인기품폭 10개 중 한 품목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고 설명했다.
GS프레시몰 또 다른 특가상품인 '채소 100원 딜' 역시 연일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조기 매진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채소 100원 딜'은 매일 다른 종류의 채소를 한정 물량으로 100원에 판매하는 행사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운 소비자들이 알뜰하고 편리한 쇼핑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알뜰 집밥족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장보기 앱 마켓컬리에 따르면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 '주말마트' 매출은 1년 만에 2.5배 급증했다.
마켓컬리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말에도 외출 없이 온라인으로 장을 보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물가가 급격히 상승한 상황에서 주말마트가 주요 장보기 품목들을 온라인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식료품을 중심으로 밥상 물가가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해 다양한 장보기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 기준으로 선보이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최근 오미크론 확산세와 밥상 물가 상승이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최저가 기준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1인가구부터 4인가족까지 주말마트 이용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홈카페 가전 판매량 25배 급증 = '알뜰' 집밥족이 늘면서 주방가전 판매량도 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그랬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양판점에서 밥솥 외 제품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면서 "판매가 급증한 품목으로는 인덕션레인지, 식기세척기, 블렌더"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자랜드가 2022년 1월 전기그릴과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두 제품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32% 증가했다. 밖에서 사먹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겠다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반증이다. 유통가는 인덕션 에어프라이어뿐아니라 스팀프라이어(락앤락) 등 주방가전 신제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대표 후식이자 기호식품인 커피 역시 알뜰 집밥족들에겐 구조조정 대상. 그동안 꿈쩍 않던 커피가격이 국제 커피생두값이 오르면서 덩달아 올랐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는 이제 1000원을 더 줘야 사먹을 판이다. 때문에 커피원두를 직접 사서 집이나 사무실에서 손수 내려 먹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실제 오피스 커피 구독 서비스 원두데일리를 운영하는 스프링온워드에 따르면 올해 1월 원두 주문량은 커피값 상승이 예고되던 지난해 12월 대비 25% 가까이 증가했다.
'홈카페족'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홈카페 관련 상품 판매량이 2019년 대비 6배 증가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15일까지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2배 늘었다. 커피 원두를 원하는 입자로 분쇄 해주는 전동 그라인더와 같은 홈카페 가전 판매량은 25배 급증했다. 손쉽게 커피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캡슐 커피는 전체 커피 판매량의 15%에 달했다. '커피 머신' 업체도 홈카페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드롱기는 전자동 가정용 커피머신을 선보였고 제롬은 전문가 수준의 콜드브루 추출기기까지 내놓았을 정도다.
코로나 고물가시대 집밥에 홈카페가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