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사태, 제조업 체감경기 급락
코로나 확산 초기만큼 부정적
수출기업, 원자재·물류비 가중
국내 제조업 체감경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기업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던 때 이후 가장 큰 폭의 체감경기 하락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22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번달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달에 비해 7p 하락한 84 수준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관련 업종은 전달에 비해 무려 24p나 추락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의 수급난과 지정학적인 리스크 등에 따른 공급 차질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기타 기계·장비부문도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생산 차질 등으로 전달에 비해 13p 하락했다. 전자·영상·통신장비 부문도 전달에 비해 10p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기업의 업황BSI는 더 추락했다. 전달에 비해 10p 하락한 92에 그쳤다. 이는 2020년 2월(-13p)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코로나19 대확산 초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이 가졌던 위기감에 맞먹는 수준의 전쟁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풀이다. 한은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출기업에 가장 큰 리스크인 원자재 및 물류 위기가 동시에 터져 나올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업황전망BSI도 제조업과 수출기업이 특히 나빴다. 제조업의 다음달 업황전망BSI는 85로 2월에 조사한 3월 전망치(93)보다 8p 하락했다. 수출기업도 4월 업황전망치가 93으로 전달(107)보다 14p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물류비 상승 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체감경기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조업에 비해 비제조업의 업황BSI는 전달과 같은 81 수준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전문·과학·기술과 운수창고업이 7p씩 올랐다. 토목설계·감리 수주가 증가하고, 외항 화물의 물동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인건비 상승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인력수요 감소로 정보통신업과 사업시설관리·지원·임대 부문에선 3p씩 내렸다.
이번 달 모든 산업의 업황BSI는 83으로 전달(85)에 비해 2p 내렸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 87로 상승했다가 올해 1월부터 석 달 연속 하락 추세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번 달 조사는 지난 16∼23일 전국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이 가운데 제조업 1623곳과 비제조업 1130곳 등 모두 2753개 업체가 응답했다.
한편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한 3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달보다 2.3p 내린 103.4를 보였다.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104.2로 전달보다 0.70p 하락했다.
[관련기사]
▶ 출범 앞둔 새정부 '경제리스크 딜레마'
▶ "유류세 인하 내달 5일 확정"
▶ 확진자 급증에 산업활동도 주춤, 생산 0.2%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