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안전부문 여전히 취약

2022-04-04 11:31:38 게재

인권위, 한국 인권통계 국제 비교

정부 신뢰 등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 인권통계를 주제별로 국제비교해 분석한 결과, 한국의 인권상황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인권위는 최근 공개한 '한국의 인권통계 2021'에서 △공공 투명성과 신뢰 △생명과 안전 △빈곤과 사회안전망 △일자리의 질과 격차 등 4개 분야로 나눠 한국의 인권상황을 국제비교했다.

인권위 분석에 따르면 공공투명성과 신뢰 부문에선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공공투명성을 보여주는 통계인 한국부패인식지수를 보면 2000년 40점에서 2005년 50점으로 높아졌고 이후 점차 상승해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59점과 61점으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한국 부패인식지수의 국제순위는 2000년 90개국 중 48위에서 2005년 159개국 중 40위로 높아졌고, 2020년에는 33위를 차지했다. 인권위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공공 부문 투명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공공 부문 투명성이 향상되면서 국민의 정부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에 대해 '청렴하다'라고 응답한 사람 비율을 첫 조사가 실시된 2013년과 최근 2020년도를 비교해 보면 27.5%에서 41.3%로 증가했다.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같은 기간 35.3%에서 49.4%로 높아졌다.

다만 타 부문에선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생명과 안전 부문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낮은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질병 이외의 원인에 의한 사망(사고 등 사망외인에 의한 사망)에 한정해서 보면 상황이 다르다. 생명권 보장 수준을 높이려면 사망외인에 의한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하지만 한국의 사망외인 사망률은 201년 기준 53.2명으로 OECD 30개 국가 중 10번째로 높다. 그만큼 자살, 타살, 사고 등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사망외인 중 자살에 의한 사망율이 매우 높은데 한국 인구의 자살률은 2017년 기준 10만명 당 23명으로 비교대상 30개국 중 리투아니아(24.4명)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10명대에 그친다. 도로교통사고 사망률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도로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6.5명으로 30개국 중 7번째로 높다.

일자리의 질과 격차 부문에선 어느 부문보다도 열악한 부문으로 꼽혔다. 특히 남녀간 격차가 비교대상국가들보다 압도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2018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성별 임금격차는 34.1%였다. 이는 여성 근로자 임금이 남성 근로자 임금의 65.9%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한국 다음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큰 일본(23.5%), 이스라엘(22.7%)도 한국보다는 10%p 이상 낮았다. 인권위는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들은 성별 임금격차가 5% 내외에 불과하며 룩셈부르크는 여성 근로자의 임금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지난 20년간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권위는 "2010년까지 남녀간 임금격차는 40% 안팎을 유지하다가 조금씩 감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남성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불평등 상황은 국제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한국 인권상황 비교했더니 … 노동조건 여전히 '불평등'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