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가기관, 세월호특조위 활동 조직적 방해"

2022-04-06 11:11:50 게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세월호 가족들, 윤 당선인에 '진상규명' 요구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는 물론 관련 부처들의 세월호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이날 제138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 방해 조사' 직권조사 사건을 논의하고 수정 의결하기로 했다.

세월호 8주기 이어지는 추모객│세월호 8주기를 3주 앞둔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옛 팽목항)에서 '우리는 여전히 팽목에 갑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팽목항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5년 1월 1일 설립준비를 시작해 이듬해 6월 활동을 종료하기까지 활동 방해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참위가 새로 확보한 자료에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조위 활동 방해를 지시한 정황이 담겼다. 자료에 따르면 특조위 출범을 앞둔 2014년 7월∼10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 전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관련 청와대 책임을 부인하고 특조위 권한을 제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관련 수석에게 여러 차례 했다.

이어 2014년 8월에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각 비서관실에 특조위 위원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취지로 업무연락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사참위가 최초 입수한 것이다. 사참위는 이런 행위가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특조위 위원 구성에 참여할 권한이 없는 청와대가 박근혜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를 여당 추천 위원으로 추천해 위원 선출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김 전 수석의 공문에 따라 각 비서관실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추천인과 추천사유를 적어 제출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특조위 설립준비가 시작된 후인 2015년 1월 20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관련 논의가 수습 수순이 아니라 새로운 불씨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무조정실, 해수부, 교육부, 복지부 등 관계 부처들은 세월호 진상조사, 배·보상 등 문제에 대해 원칙에 입각해 강하게 중심을 잡고 업무를 철저히 수행해달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문건 역시 사참위가 처음으로 입수해 공개한 문건이다. 그 외에도 김 전 비서실장은 추경호 당시 국무조정실장에게 '세월호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해 세월호 특조위가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특조위 방해 계획은 박 전 대통령에게도 서면 보고됐다. 사참위는 "박 전 대통령도 당·정·청 세월호 특조위 방해 행위를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정·청은 세월호 특조위 설립부터 종료 때까지 세월호 관계차관회의를 통해 방해 행위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새롭게 드러난 김 전 비서실장의 특조위 조사 방해 지시 행위와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성립 여부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칠 예정이다.

한편, 세월호참사 8주기를 앞두고 피해자 가족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 약속을 요구했다.

6일 오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참위 조사와 보고서 작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지원과 협력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부가 보유한 기록물 모두 공개 △사참위 결과보고서 제안과 권고 전면 수용 △참사 관련 추모, 치유, 안전교육 시설과 프로그램의 차질 없는 추진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공정한 대한민국과 국민대통합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정부에서 할 일은 세월호참사를 진영 논리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보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완수해 가족들과 국민이 외쳤던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선 박광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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