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먹튀 엄단' 금감원 집행역량 총동원

2022-04-08 11:32:53 게재

쌍용차 인수전 참여기업 불공정거래 의혹

혐의 드러나면 조사, 공시·회계 심사도 강화

금융위와 첫 불공정거래 공동조사 가능성도

금융감독원이 상장기업 매각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통한 먹튀를 엄단하기 위해 집행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단지 불공정거래조사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의 공시심사와 회계감사 보고서 등 금감원 업무와 연관된 부분을 전체적으로 엄격하게 심사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쌍용차 매각 과정에 불거진 불공정거래 의혹│쌍용자동차 매각 과정에서 에디슨모터스에 이어 쌍방울그룹의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에디슨모터스의 쌍용 인수가 무산된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정은보 금감원장은 6일 자본시장 관련 임원회의에서 "특정테마주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같은 차원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의 체계적 협력과 관련 부서(공시·조사·회계)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조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이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배경은 최근 쌍용차 매각을 둘러싸고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불공정거래 의혹이 불거졌고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쌍용차 인수에 나섰던 에디슨모터스의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현 에디슨EV)를 인수했고, 이후 에디슨EV 주가는 쌍용차 인수라는 호재에 힘입어 5월말 9000원대에서 11월에 8만원대로 급등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에디슨모터스 대표 등이 에디슨EV 지분을 처분하면서 대주주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지난달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M&A가 결렬되면서 애초부터 인수 가능성이 낮았는데 에디슨EV 주가 부양을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최근 쌍용차 인수에 뛰어든 쌍방울도 관련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쌍방울 계열사들이 쌍용차 인수 추진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자 관련 주식 매각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시장에서는 쌍방울 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고, 관련주들이 크게 하락했다. 결국 에디슨모터스 사태처럼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은 맞고 인수금융을 통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호재성 정보를 띄운 이후에 그걸 이용해 차익을 얻고 먹튀를 하는 등 일종의 무자본 M&A 형태의 불법는 막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알려야하기 때문에 불공정거래 조사와 함께 감독업무 자체도 전체적으로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자본 M&A는 일명 '기업사냥군'이 주로 자기자금 보다는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정상적인 회사경영 보다는 회사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유용하거나, 인수주식의 매도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관련 기업을 공시심사 고위험권으로 분류하고 이들 기업이 제출하는 증권신고서, 정기보고서, 주요사항보고서 등의 제반 공시서류에 중요사항 기재누락과 허위기재 여부 등을 면밀히 심사하기로 했다. 또 해당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집중적으로 심사해 필요시 신속한 조치를 취지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인수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자본시장조사부서의 첫 공동조사 사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 원장은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협의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의 경우 강제조사권이 있다는 점에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신속한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금감원과 공동조사를 진행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금융위 자조단 출범 때부터 금감원과의 공동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었고 협의를 통해 첫 사건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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