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기업 동시상장' 기업가치 떨어뜨린다

2022-04-20 11:15:00 게재

물적분할 남용 방지·이해상충 해소 … 소액주주 권익보호 방안 마련해야

물적분할 후 모자기업 동시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 모두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시상장 자회사는 신규상장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군을 형성했고 모회사들은 자회사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낮아져 기존 상장회사들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활용된 물적분할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며, 주주들 간의 이해상충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신주인수권 또는 주식매수 청구권 등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적분할 비중 78%에서 86%로 증가 =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주식시장 공정성 제고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연평균 물적분할은 78% 비중이었는데 최근 5년간 86%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평균 물적분할은 31건이었는데 2020년에는 55건으로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기업분할 공시 482건(물적분할 376, 인적분할 82, 기타 24)과 기업분석보고서 633개, 그리고 모자기업 동시상장(신규상장) 788개 중 모회사가 있는 자회사 157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물적분할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존재했다. 재벌 기업의 물적분할 선호는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에 의한 물적분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물적분할은 구조조정, 투자유치, 매각, 기업회생, 지주화 등 다양한 동인이 있다"며 "최근에는 코스닥 비재벌 기업의 물적분할도 증가하며 복잡해지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자회사 신규상장 연평균 13개 … 무분별한 동시상장 억제해야 = 물적분할의 쪼개기 상장은 2010~2021년 기간 17건 정도로 소수에 그쳤다. 물적분할에서 신규상장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4.4년으로 물적분할 후 바로 자회사를 상장하는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존 상장기업의 지배를 받는 자회사의 신규상장은 전체 788개 신규상장기업 중 157개로 연평균 13개가 상장되고 있어 적지 않은 기업들이 동시상장했다. 때문에 물적분할 자회사보다 모자기업 동시상장으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분석결과 모자기업의 동시상장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반 신규상장사의 기업가치 비율은 2.5이지만 동시상장 자회사는 1.9에 불과했다. 유가증권 및 코스닥 모두 동시상장 자회사의 기업가치는 일반 신규상장의 90% 이하로 나타났다.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자회사보다 더 저평가됐다. 기업가치비율은 자회사의 57%에 그친 것이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동시상장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자회사 상장 이후 유의미하게 하락했다"며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할수 있고 이는 동시상장에 따른 모회사 할인효과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규상장의 20%를 차지하는 동시상장 이슈에 대해서는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와 소액주주 보호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무분별한 동시상장을 억제하는 조치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수주주에 대한 불공정이 핵심 =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수주주에 대한 불공정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투자자들은 달콤한 팥이 들어간 찐빵을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물적분할로 팥이 없어져버린 셈으로 소수주주들은 경제적 혜택도 없어지고 주주총회 참여 권한도 없어지게 됐다"며 "주식매수청구권 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 선택권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기업들이 소액 주주를 존중하고, 권리 보호 또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믿었던 배의 선장이 내가 올라타는 순간 소형 보트를 타고 도망갔다는 배신감은 경제적 실질에 변화가 없는데 왜 흥분하느냐는 말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향후 성장하려는 기업이라면 소액 주주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동시 상장 원천 금지 규제보다는 모회사의 주주 손실 보호책을 마련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현재 거래소는 대표이사 겸직의 경우 해소를 요구하고 주주간 이해상충 심사, 계열사간 부의 이전 등을 살펴보는 등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별 상장 케이스마다 이해상충 소지를 면밀히 심사하고 있다"며 "만일 획일적으로 동시상장을 규제하면 우량 자회사들이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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