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회계당국 '감사인 등록·취소 권한' 추진

2022-04-21 11:16:36 게재

협회에 위임한 권한 회수, 회계법인 통제권 강화조치 … 상장 대기업 감사하는 30여곳 영향

상장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영국 금융당국이 감사부문에 대한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대기업 감사인의 등록·취소 권한을 협회로부터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영국 회계 규제기관인 재무보고위원회(FRC)는 대기업 감사인의 등록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에 대해 감독기구가 면허를 제한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FRC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개별 감사인이나 회계법인들에 대해 광범위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것이다.

회계감독당국은 대형 상장그룹 또는 금융기관들을 일컫는 소위 '공익실체'(Public Interest Entities, PIEs)에 대한 감사를 부실하게 수행한 회계법인(감사인)에게 특정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하거나 감사인 등록시 조건을 추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익실체는 다수 대중이 투자해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는 법인을 의미한다.

감사인 등록시 조건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인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거나 특정 부문 내 기업의 재무제표 감사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FT는 "최악의 경우에는 실무자나 회계법인의 등록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완전히 제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RC는 감독기구가 대형 상장그룹 감사인의 등록·취소 권한을 되찾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회계업계는 대기업의 감사 및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의 개혁방안에는 FRC를 더 강화된 권한을 행사하는 새로운 규제기관인 '감사·보고 및 지배구조기관'(ARGA)으로 교체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FRC는 조만간 공익실체 법인의 감사인등록 관련 통제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갖춰지면 약 2000개 공익실체 법인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약 30개의 회계법인이 영향을 받게 되며 올해 안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FRC는 공익실체 법인을 감사할 수 있는 감사인등록을 영국 공인회계사협회를 포함, 업계를 대표하는 동시에 규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4개의 전문기관에 위임했다.

존 킹먼(John Kingman) 전 재무부 고위 관리는 2018년 규제기관에 대해 검토를 벌인 결과, 현행 시스템에서는 FRC가 특정감사의 실패에 대해서만 회계법인이나 개인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적 품질 문제'가 있는 감사법인에 대한 규제 조치를 취하는 데는 거의 무력하다고 평가했다

FRC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가 수행한 은행 감사에 대해 3년 연속으로 '허용할 수 없는'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KPMG는 지난해 FTSE 100(런던증시에 상장된 상위 100개 기업)에 속한 28개 그룹의 감사를 담당했다.

FRC는 또 중견회계법인 마자르(Mazars)와 BDO에게 빠른 성장이 감사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대형 감사법인의 등록철회 문제는 회계감독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형 상장그룹의 감사업무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빅4 회계법인(Deloitte, EY, KPMG, PwC) 중 하나를 배제할 경우 대기업 감사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규모를 갖춘 회계법인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회계감독기구의 감사인 등록·취소 권한의 행사는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상장회사 감사인등록제'와 유사하다. 상장회사 감사인 등록제도는 일정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회계법인에 한해서만 상장회사 외부감사를 맡을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것이다. 2017년 외부감사법 전부개정으로 2019년 11월 이후 시작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됐다.

감사인등록은 금융당국의 인적·물적 심사를 통과한 회계법인만 가능하며,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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