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매맞는 노인' 늘고 있다
신체·정신 등 중복학대 대부분 … "학대는 범죄, 사회 개입 필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학대 신고·사례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9일 인구통계와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등에 따르면 고령인구(65세 이상) 증가에 비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되는 노인학대 신고는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인구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016년 675만7083명에서 2021년 853만7023명으로 26.3% 증가했다.

비슷한 기간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 및 신고는 2016년 1만2009건에서 2020년 1만6973건으로 5년간 41.3%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2021.6)
이 기간 노인학대로 판정된 사례도 2016년 4280건에서 2020년 6259건으로 46.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학대 유형을 보면 중복학대를 당했다는 비율이 75.4%로 대부분 학대가 복합적으로 가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외 △신체적학대를 당했다 9.1% △정서적학대 8.0% △방임 3.7% △자기방임 1.5%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별로는 배우자가 42.9% 아들 36.3% 딸 7.2% 손자녀 2.9% 며느리 1.4% 순으로 보호 의무가 있는 친족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노인학대 피해 경험도 늘어 고령자의 경우 2016년 인구 10만명당 60.1명이 학대 피해를 경험했고 2020년에는 77.0명이 학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감춰진 사례 더 많을 것" = 박형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인학대에 대한 공식 통계가 있지 않아 노인학대 상담 건수와 판정 사례만으로 실제 노인학대가 얼마나 증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노인범죄 피해 등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면 노령인구 증가에 비해 노인학대가 증가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노인학대 항목이 별도로 있지 않지만 범죄피해자 통계 중 존속범죄(살해 폭행 상해 감금 협박) 피해자는 2016년 2272명에서 2020년 2609명으로 늘었다. 이중 존속폭행 피해자는 2016년 1557명에서 2020년 1851명으로 18.88% 증가했다.
이진아 부산카톨릭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가족 관계가 소홀해지는 상황과 맞물려 노인학대는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체학대뿐 아니라 언어적 학대, 재정적 학대, 방임도 학대에 포함되기 때문에 학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고 밝혔다.
노인학대 신고 및 상담 기관인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김민철 과장도 "예전보다 노인학대 신고가 많아졌지만 신고되지 않은 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최근엔 학대 피해자와 행위자가 고령화되면서 노노(老老)학대인 배우자학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서적, 경제적 독립 필요 =전문가들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사례 수는 전체 노령인구 대비해 미미한 수준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노인학대 피해가 심각한 이유는 노인이 경제력 있는 젊은 세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학대가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노인들이 정서적,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철 과장은 "어느 날 갑자기 신체적학대, 방임, 유기되는 게 아니라 정서적학대가 기본에 깔리면서 진행된다"며 "노인학대는 산불과 같아서 처음 불씨가 작을 때 꺼야 큰불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진아 교수는 "개인적 학대도 있지만 시설에 기거하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시설 내에서의 학대도 늘어나는 추세라 이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며 "쉼터처럼 학대받는 노인이 분리 생활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하고, 무엇보다 노인학대가 범죄라는 인식과 함께 사회적 교육과 신고, 지원에 국가가 개입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고령화의 숙제 노인학대 ①] "출소한 아들이 해코지할까 두려워"
▶ 노인학대·존속폭행 급증
▶ 노인학대 신고엔 '나비새김' 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