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리사에 기업 특허침해 소송대리 허용해야

2022-05-12 10:55:13 게재
강삼권 (사)벤처기업협회 회장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한국 기업들의 국제무대 활약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활약상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외국기업에서 수시로 특허 침해를 경고받는다. 여기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특허침해소송 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개발한 기술을 변리사에게 의뢰해 특허로 출원·등록했는데 누군가 자기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어오면 변호사에게 소송대리를 요청해야 한다. 변리사는 민사사건인 특허 침해와 관련한 소송을 대리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허침해소송 대리시스템 개선요구 높아

나의 특허를 가장 잘 아는 변리사를 놔두고 변호사를 찾아 사건 개요와 기술에 관한 설명을 해야 하니 이중 고생이다. 이런 사정으로 고객으로선 침해소송 대리인이 변호사인데도 정작 기술적인 부분을 따로 상담하려고 여전히 변리사 사무실을 찾는다. 이를 또 변호사에게 전달해야 한다.

당연히 기업의 수고로움을 더한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빠듯한 벤처기업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변리사가 내 특허를 잘 알지만, 소송대리를 할 수 없어 변리사에게서 관련 쪽지를 받아 변호사에게 전달하면서 소송을 진행하는 식이다. 발명가와 기업으로선 세계 6~7위 경제대국의 법률시스템이 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 납득이 안된다.

벤처기업은 기술력 인력 마케팅력이 생명이다. 기술 하나로 시작한 사업인데 생명줄인 특허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생존 갈림길에 선다. 해당 기술을 특허로 만든 변리사가 아닌 변호사를 찾아 기술적인 부분과 침해 여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

고객인 발명가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 입장에선 공동대리 허용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지난해 LG와 SK는 미국에서 배터리 특허 분쟁을 치렀다. 이 사건은 영업비밀침해 문제로 시작했다가 특허 분쟁으로 이어졌다. 이 분쟁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 소송비와 배상비가 소송대리인의 손에 달렸다.

'공동대리권' 법률개정안 국회통과 기대

많은 변리사를 둔 대기업은 그렇다 치고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이런 분쟁에 휘말리면 존립 위기에 처한다. 막대한 소송비와 장구한 시간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들에겐 철저히 특허를 분석하고 소송을 대리하는 변리사의 손길이 필요하다. 특허출원과 등록을 모두 진행한 변리사의 논리가 직접 전달돼야 특허 분쟁에서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데에 유리하지 않은가.

특히 외국기업이 특허침해소송을 걸어오면 방어력은 더욱 떨어진다.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의 소송대리 허용이 국익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반도체 회로와 관련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호사가 기술적 내용에 관한 답변과 변론을 법정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변리사가 쪽지로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식으로는 변론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마침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을 내용으로 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를 넘었다는 소식이다. 벤처기업의 생존을 생각해서라도 시급하게 국회를 통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