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K뷰티 중국넘어 글로벌화 '고삐'

K뷰티 품질력, 북미 잡아야 세계서 인정

2022-07-05 11:49:20 게재

중국 신세대 '국뽕'마케팅에 자국 제품 선호 … 아모레퍼시픽 LG생건 등 미국공략 잰걸음

국내 화장품기업들이 중국을 넘어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애국주의' 소비 흐름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 정부 역시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중국 수출 호황은 끝나가고 있다"는 발언까지 해 유통가에서는 중국의 '제2 사드 보복'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이미 중국에서 K-뷰티 열기는 식고 있다는 것. 중국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2000년대 출생자 링링허우는 2008년 북경올림픽을 개최를 경험하면서 애국주의 성향이 짙다. 특히 이들은 '궈차오(國潮) 마케팅'으로 불리는 국뽕 마케팅이 취해 있다는 것. 자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특히 화장품에 대한선 C-뷰티(차이나-뷰티)를 내세우며 K-뷰티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때 국내 화장품 수출 70%를 차지하던 중국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전체 화장품 수출액도 감소했다. 지난달 화장품 수출은 6억5700만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9% 감소했다. 올 상반기 누적 수출액도 40억69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2% 축소됐다.

◆글로벌 시장 다변화 시도 = 국내 화장품업계도 중국을 넘어 글로벌시장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대형 화장품 기업들은 이미 북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918억6750만 달러(약 118조3253억원)로 세계 1위다. 한국 화장품 수출도 증가세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 화장품 수출액은 약 8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1.5% 증가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최근 북미에서는 '오징어 게임' 등 K-컬처가 주목받으면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엔데믹 분위기가 고조되며 일상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면 남미 호주 유럽 등으로의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에 비해 사업상 규제가 적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미국 세포라 유통매장에 입점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시장 개척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사업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60% 이상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시장에서 모든 브랜드의 고른 성장과 더불어 설화수와 라네즈가 고성장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설화수는 복합매장과 이커머스 중심으로 영업기반을 넓혔다.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매출과 수익성이 커졌다. 최근 새단장 설화수 자음생크림의 경우 북미시장에서 3월 지난해대비 200%, 1분기 누계 기준 300% 넘게 매출이 급증했다.

라네즈는 2021년 선보인 '방탄소년단·아모레퍼시픽 립 슬리핑 마스크 퍼플 에디션'으로 북미시장을 공략했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콘서트에 스폰서로도 참여하며 현지 소비자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동시에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업체인 '세포라'에도 입점했다.

라네즈 주력상품을 담은 '버스데이 키트'는 세포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립 슬리핑 마스크' 매출이 70% 이상, 워터뱅크 크림은 30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국 고급화장품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아시아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고급 브랜드 'AMORE PACIFIC'을 앞세워 북미시장에 진출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현지 화장품 기업 인수도 = 한국콜마도 5월 미국 콜마로부터 '콜마'(KOLMAR)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하고 북미 사업을 확장에 나섰다. 그동안 한국콜마는 미국, 캐나다 등에서 '콜마'라는 상표권을 사용할 수 없어 사업 속도가 붙지 못했다.

상표권 인수로 콜마가 100년 동안 북미에서 쌓아올린 명성을 바탕으로 영업에 돌입한다.

미국 법인과 캐나다 법인도 기존 PTP, CSR에서 콜마USA, 콜마캐나다로 각각 변경했다. 연내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해 동남아시아,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까지 영업을 계획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미국 색조브랜드 더크램샵. 사진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주요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미국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4월 북미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크렘샵)의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약 148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크렘샵은 미국 MZ(밀레니얼+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회사 공동 창업자인 로런스 김은 재미교포로 한국식 화장법을 제품에 접목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다. 지난 3년간 매출 성장률은 연 30%를 넘었다. 크렘샵 매출 규모는 지난해 470억원 이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아마존 등 디지털 채널에서도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LG생활건강은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모발관리 업체 보인카의 지분 56%를 약 117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보인카는 모발관리 브랜드 알틱폭스를 보유한 유명 회사다. 패션 염모제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아마존·샐리뷰티 등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헤어제품 상위 3개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K팝과 K콘텐츠의 강세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만큼 크렘샵이 보유한 현지 마케팅과 영업 역량을 활용해 미주 사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업체별 노력에 대해 고무적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사업이 초기 단계이고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투자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며 "하지만 중국은 과거부터 한국의 핵심 해외 시장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탈 중국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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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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