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이준석 … 한치 앞 안 보이는 여당

2022-07-08 12:02:07 게재

이, '징계뒤집기' 의지

"윤리위 쿠데타 토벌"

친윤 마음은 차기 당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징계 결정을 뒤집기 위한 모든 시도를 취한다는 태세다. 친윤은 징계와 이 대표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향후 당권 교체 수순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집권여당의 운명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소명 마친 뒤 입장 밝히는 이준석│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를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6개월 버티다 복귀? = 이 대표는 8일 당 윤리위가 당원권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자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리위 규정을 보면 윤리위의 징계 결과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것이 당 대표에게 있다"며 "(징계를)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그런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처분이 납득 가능한 시점이 되면 그건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조치를 동원해 징계 뒤집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본다"며 "반란군은 토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위를 반란군으로 보고, 토벌 의지를 밝힌 것.

이 대표의 징계 뒤집기가 성공한다면 윤리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윤리위 분위기로 보면 징계를 재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의 징계 뒤집기가 실패한다면 이 대표로선 징계를 받아들이고 대표직을 내려놓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니면 6개월 당원권정지를 받아들이고 버티다가 6개월 뒤 대표직에 복귀할 수도 있다. 당원권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던 김순례 전 최고위원이 2019년 7월 징계가 끝나자 최고위로 복귀한 전례가 있다. 다만 대표직을 6개월이나 권한대행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모르쇠할 수 있냐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표가 6개월 버티기로 들어갈 경우 최고위원들이 집단사퇴하면서 최고위를 자진해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

◆당권 교체 시나리오 복잡 = 친윤에서는 이 대표의 징계와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6개월 중징계를 받은 마당에 더이상 버틸 명분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친윤은 이미 '포스트 이준석'을 내다보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당권 교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 다만 당권주자들의 유불리에 따라 당권 교체 시나리오가 복잡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권성동 권한대행 체제를 짧게 하려면 9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 대표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후임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9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표는 당헌·당규상 내년 6월까지만 대표직을 맡는다. 친윤 일각의 지원을 받는 안철수 의원이나 영남권을 대표하는 김기현 의원,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진석 의원 등이 유력후보로 거론된다.

이 경우 내년 6월에 다시 전당대회를 열게 된다. 내년 4월까지가 임기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출마할 수 있다.

임기 1년도 안되는 대표를 뽑는 것보다는 비대위를 구성해 당분간 당을 안정화시킨 뒤 내년 1∼2월에 전당대회를 여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내년 초 선출되는 대표는 임기 2년을 채울 수 있다. 2024년 총선 공천권도 쥔다는 점에서 친윤 일각에서 선호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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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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