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에 반발 확산
177개 시민노동단체 긴급 기자회견
"반지하 재난불평등 참사 벌써 잊었나"
"비정한 예산" vs "사업종료 탓" 정치권 공방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5조7000억원 가량 삭감된 데 대한 반발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폭우에 세 모녀가 반지하에 갇혀 사망한 사건 이후 주거복지 약속을 해놓고 이에 역행하는 예산을 짰다는 것이다. 야당도 "비정한 예산"이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일 오전 177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 문제점을 주거복지 관점에서 비판했다.
이들은 "발표된 국토부 예산안을 보면 반지하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향을 위해 가장 근본적인 정책인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면서 "반지하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뒤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예산안을 보면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2022년 20조7000억원에서 2023년 15조1000억원으로 약 27% 삭감됐다. 대신 분양주택 예산 및 주택구입·전세자금·이차보전 등의 예산은 10조2000억원에서 13조2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 늘어났다.
추모행동은 "줄어든 공공임대주택 예산 일부를 분양주택 융자나 대출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드러난 셈"이라면서 "폭우에 사망자가 발생하자 반지하 가구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3주 만에 반지하쪽방 거주자의 주거 상향을 위해 최우선해야 할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저소득·취약계층 예산과 중소득층 주택 에산도 감소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체적인 공공주택 예산이 줄어든 가운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소득1~4분위)을 위한 국민임대·영구임대·다가구매입임대·전세임대 예산과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예산은 물론 중소득층(소득 4~6분위)을 위한 행복주택·통합공공임대·공공임대융자·임대주택리츠 예산도 줄었다.
이들은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중소득층용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공공임대주택에 가장 우선해야 할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용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여야도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예산안 관련해 "비정한 예산"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삭감됐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임대주택 예산이 줄어든 것은 한시사업이 종료된 결과일 뿐"이라면서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등 국민이 살고 싶어하는 주택에 사용할 예산과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예산은 도리어 늘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