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현장 리포트

미국의 재생에너지와 정치

2022-10-25 11:24:13 게재
김찬송 위스콘신대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소비된 총 전력의 약 12%를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생산했다.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Ember)는 이 수치가 전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이며, 영국과 독일의 절반에 못 미치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영리 '미국 환경 연구 및 정책 센터'와 연구기관 '프론티어'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이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얻은 전력은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태양광발전이 같은 기간 23배나 성장했다는 점이다. 풍력발전은 3배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률이 계속될 경우 2035년쯤이면 태양광·풍력·지열발전이 미국 전역의 전력 수요를 완전히 충족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 재생에너지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에도 3%대인 미국 내 태양광발전 비중을 매년 4배 이상 늘려가면 2035년 4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겼다.

미국인 재생에너지 수용도 급격히 늘어

미국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 증가추세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고비용 단가 문제의 해소다.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2018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위해 필요한 유틸리티 비용이 약 80% 정도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둘째,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다양한 유인책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을 보조하고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대부분 주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표준 포트폴리오'를 설정하고 있다. 이 표준 포트폴리오에 따라 전력회사는 전력 일부를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해야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이같은 공격적인 입법 정책으로 태양광 발전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2위인 텍사스주보다 거의 5배나 많은 태양광 발전 용량을 갖췄다.

위 보고서는 미국의 모든 지역이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 필요한 모든 전기를 공급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미 아이오와 노스다코타 캔자스 등은 주 지역에서 소비하는 총 전력량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생산한다. 화창한 날씨로 유명한 애리조나 지역, 사시사철 바람이 꾸준히 부는 아이오와 지역, 지역 대부분이 대평원으로 형성된 오클라호마 등은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재의 재생에너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시간대학의 에너지 시스템 전문가 마이클 크레이 교수는 미국의 전력생산·공급과 관련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러한 성장률을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미국의 송전 시스템 개선이 재생에너지 미래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주거지역 근처에서 대규모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 사업을 진행해도 괜찮은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물론 대다수 미국인은 태양열과 풍력발전이 자연환경에 긍정적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2021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7명은 태양광 패널 혹은 풍력 터빈을 통한 전력생산이 다른 에너지원을 이용한 것보다 환경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민주당·공화당 지지층 견해차 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정치적 환경이 재생에너지에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지역 이기주의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은 대규모 태양광, 풍력 에너지 사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거 지역 가까이 기반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재생에너지 신뢰나 비용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호의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성인 10명 중 2명(18%)만 다른 에너지원보다 풍력발전을 더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훨씬 더 많은 응답자들(44%)은 풍력발전을 신뢰하지 않는다. 태양광 발전 비용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도 비슷하다.

게다가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 간 견해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일례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태양열 및 풍력발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환경에 더 좋다고 여긴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약 82%는 풍력 터빈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환경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 45%만 이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재생에너지원의 확장이나 투자에 대한 생각도 비슷한 추세다. 대부분의 미국 성인들은 태양광 혹은 풍력발전 설비시설에 대한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지지하지만 이에 대한 정당 지지자들의 견해차는 2016년 이후 어느 시점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견해의 차이는 곧 행동의 차이로 이어졌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주택을 소유한 민주당 지지자들 57%가 자신의 주택에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했거나 설치를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36%에 그쳤다.

이를 가장 크게 부채질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 간의 견해차다. 공화당 의원들과 공화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태양광발전의 확장을 지지하는 비율은 2020년 84%에서 2021년 73%로, 풍력발전의 확장에 대한 지지율은 2020년 75%에서 2021년 62%로 1년 만에 약 10%p 감소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들은 태양광(93%)과 풍력발전(91%)에 대해 높은 수준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5년까지 전력망 탈탄소를, 2050년까지 경제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지난해 바이든행정부는 미국의 전체 전력 발전량 중 태양광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현재 수준의 10배가 넘는다. 또 미국 최초의 주요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승인했으며 추가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포함하는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항 중에는 태양광발전과 관련된 비용의 30%를 세액공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바이든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청정에너지 기반 시설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를 구현하는 선출직 대표자들이 정치적으로 보상을 받는 경우에만 성공할 수 있다. 지역구에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을 추진했던 정치인을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응징하려 한다면, 해당 정치인뿐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도 더는 이 정책을 지속하기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반대상황도 가능하다.

재생에너지가 주는 선거이익 뚜렷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코네티컷대학교 오크손 베이율겐 정치학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풍력 터빈의 위치가 나열된 데이터와 투표 및 인구 조사 데이터를 병합해 풍력 터빈의 추가 설치가 현직 주 의원의 투표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다. 연구진은 풍력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 중 하나인 미네소타주의 2006~2018년의 선거에 초점을 맞췄다.

놀랍게도 풍력발전단지 개발은 해당 정치인이 재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지역구에 하나 이상의 터빈을 추가 설치하면, 다음 선거에서 현직 정치인의 득표율이 1.8~1.9%p 정도 증가했다. 게다가 풍력발전이 주는 선거이익은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항상 현직의원의 재선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발전은 시스템 불안정과 여론 분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인 과반수의 지지와 바이든행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보았을 때, 향후 미국의 재생에너지 사업의 지형을 긍정적으로 지켜보아도 되지 않을까.

김찬송 위스콘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