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중견기업 '탄소중립 대응', 대학이 주도해야

2022-10-25 10:47:45 게재
박건수 한국공학대 총장

최근 산학협력 차 만난 한 중소제조업체 대표는 "정부에서 발표한 '탄소중립 정책'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35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탄소중립 관련 인식'에 따르면 기업 중 48.6%가 탄소중립을 인지하고 있으나, 대응계획이 있는 기업은 1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58.7%)이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이유로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할 자금과 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2021년에 '탄소중립 기본법'을 제정하고 탄소중립 달성 중기목표인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의 2017년 대비 24.4%에서 2018년 대비 40%로 대폭 높여 잡았다.

문제는 다수의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대응할 수 있느냐다.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인력과 기술이 부족해 생존과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 중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중소·중견기업 대응지원사업에 1843억원을 배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벤처기업 탄소중립 대응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예산 4477억원을 지원해오고 있다.

탄소중립 인력양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운 정책은 부족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기술 인력양성 방안'을 통해서 에너지 인력양성 사업에 464억원, 산업구조 전환 대응에 최대 185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탄소중립 인력양성 정책은 '사회변화에 필요한 인력양성'이라는 책무성이 강조되는 대학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필자가 소속된 한국공학대학교는 1997년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설립한 '공학 특성화' 대학이다. 국내 최대 중소기업 집적지인 경기도 시흥·안산 국가산업단지 내에 있어 산학협력 및 인력양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탄소중립 특성화 전략 등을 담은 새로운 비전(TU Korea 1.0)을 선포해 대학 내 탄소중립 인식 개선과 산학협력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을 돕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대학 내에 탄소중립혁신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제2캠퍼스를 넷제로 캠퍼스로 조성, 탄소중립 실증연구와 인력양성을 수행할 탄소중립혁신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중견기업 업종별 에너지 효율화 기반 탄소자원화 특화 인력 양성사업'과 교육부-산업부의 '온실가스감축 혁신 인재 양성사업',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탄소중립 특성화대학원'에 선정되어 총 193명의 탄소중립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학·기업·정부 전방위 협력 필요

이처럼 중소·중견기업이 처한 어려운 환경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과 정부, 지자체 등이 전방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학협력을 지향하는 대학의 총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