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시대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기│① 디폴트옵션 본격 가동

연 1%대 수익률 탈피 … 내 투자 스타일 맞는 상품 선택해야

2022-11-09 12:20:14 게재

원금보장형 금리 평균 5.13% … 펀드보수 33% ↓

165개 중 원금보장 60% … 도입 취지 희석 우려

유례없이 길었던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시대가 도래했다. 연 1%대 쥐꼬리 수익률로 수수료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실을 보던 퇴직연금상품은 이제 설 곳이 없다. 퇴직연금가입자들은 고금리시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투자처와 상품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월부터 개인이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가입 근로자는 소속 직장 규약에 따라 가입한 금융회사로부터 제공받는 디폴트옵션 상품들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해야 한다.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고용노동부가 이달 2일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상품 165개를 첫 승인했다.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는 11월 기준 평균 5.13%이며, 펀드 보수는 기존보다 약 33% 낮은 수준이다. 165개 상품 중 원금보장형을 포함한 상품은 99개로 60%를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당초 디폴트옵션 도입은 약 90%에 달하는 원리금보장상품형 중심으로 운용되던 퇴직연금 적립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는데 실제 승인된 상품은 대부분 정기예금 위주로 구성되어 도입취지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DC형·IRP 가입자 모두, 상품 선택해야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사 등 퇴직연금사업자는 오는 14일부터 고용노동부가 승인한 165개 디폴트옵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시스템 정비, 약관심사 등의 소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적용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전 금융권 38개 사업자는 220개 상품 심사를 신청해 165개(75%)가 승인을 받았다. 승인 절차에서 떨어진 상품은 55개(25%)에 달했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운용성과가 저조하거나 운용성과 대비 보수가 과다한 점, 또는 계열사 운용사 펀드를 상품 리스트에 올려 승인 신청한 경우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심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첫 승인한 상품의 원리금보장상품의 평균 금리는 11월 기준 평균 5.13%로 기존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평균 금리에 비해 평균 0.2%p 높은 수준이다. 펀드 보수의 경우 기존 퇴직연금의 합성 총보수(오프라인클래스)를 기준으로 할 때 약 33% 낮은 수준으로 승인됐다. 대부분의 퇴직연금사업자들이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 강화 및 사전지정운용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원리금보장상품의 금리는 기존 보다 높게, 펀드의 보수는 기존보다 대폭 낮춰 승인을 신청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사전지정운용제도를 활용할 경우 보다 높은 금리의 원리금보장상품과 안정적으로 운용된 펀드 상품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운용성과가 안정적인 펀드의 수수료 부담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호주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상품의 보수가 20~30% 인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퇴직연금사업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승인받은 상품을 모두 제시해야 한다. IRP 가입자는 제시받은 상품 중 하나를 자신에게 적용될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선택하면 된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IRP에도 가입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입자는 DC와 IRP에서 각각 하나씩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회사와 계약하지 않았거나 규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업자의 디폴트옵션 상품은 선정할 수 없다.

적립금을 100% 펀드에 넣은 가입자도 디폴트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상품에는 만기가 없지만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하는 것은 기존에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든지 상관없이 이행해야하는 법적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


◆원금보장형 99개 … 미보장 66개 = 이번에 승인된 디폴트옵션 상품은 초저위험 38개, 저위험 36개, 중위험 44개, 고위험 47개로 분류되며 원금보장형을 포함한 상품은 99개, 원금 미보장 상품은 66개다. 상품의 상당수가 타깃데이트펀드(TDF), 타깃인컴펀드(TIF), ETF 매니지드 포트폴리오(EMP) 펀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디폴트옵션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히는 'TDF'펀드 구성 비중은 86.6%로 가장 높았다. 특히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보면 대부분 퇴직연금 특화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로 구성됐다.

당초 디폴트옵션 도입 목적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승인된 상품의 60%는 정기예금 등 원금보장형이 차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 비중이 낮은데다 그나마 고위험 상품 또한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보험계약(GIC)을 담아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금보장 상품이 반드시 안전한 상품은 아니다"라며 "거시경제 환경 변화를 감안해 장기간 자금을 운용해야하는 퇴직연금 상품으로는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상품 종류가 너무 많고 어떤 상품이 자기에게 맞는지 일일이 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가장 쉽게 정기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한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퇴직연금(DC형 및 IRP)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은 74%에 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원금보장형 or 수익추구형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 본부장(상무)은 내게 맞는 디폴트옵션 상품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먼저 첫 번째 기준으로 '원금 보장형'과 '수익 추구형'으로 나눴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노후생활비 재원이므로 어떻게든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원금보장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중금리 정도의 수익에는 만족할 수 없고, 적립금을 운용해서 물가 상승률이나 임금 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수익추구형이다.

이들을 또 '적극탐색-원금보장형' '소극관리-원금보장형'과 '소극관리-수익추구형' '적극관리- 수익추구형'으로 분류했다.

'적극탐색-원금보장형'은 원금을 지키면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 보험사 신탁적립보험(GIC), 증권사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을 선호한다.

이들이 경우 예금자보호 한도 내에서 원리금보장상품에 분산투자하면 된다. 다만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때는 예금자보호 여부를 살펴야 한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것과 예금자보호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라도 금융 회사가 부도가 나면 예금자보호 한도 내에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 보험사 GIC는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지만, 증권사 ELB와 환매조건부채권(RP)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다. 만기 이전에 중도해지를 하면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사실도 알아두어야 한다. 다른 상품으로 변경하거나 다른 금융사로 계약을 이전하기 위해 상품을 매도하는 경우 금융사는 처음에 약정한 것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다만 퇴직급여를 청구하기 위해 중도해지를 하거나,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과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처럼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처음 약정한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소극관리-원금보장형'은 높은 수익을 얻기를 원하지만 투자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하고, 투자에 쏟을 시간도 많지 않은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의 경우 만기관리를 소홀히 하기 쉬운 탓에 디폴트옵션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기예금을 선호하지만 한번 가입한 상품을 잘 바꾸지 않는 특징에 TDF와 같은 장기투자가 적합하다.

'소극관리-수익추구형'은 높은 수익을 얻기를 원하지만 투자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하고, 투자에 쏟을 시간도 많지 않은 경우다.

이들은 투자관리에 시간과 노력이 덜 드는 자산배분형펀드가 적합하다.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을 조정하고자 하면 TDF 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적극탐색-수익추구형'은 수익률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금융상품을 탐색하고,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고, 포트폴리오 구성, 리밸런싱(자산재분배)한다.

고위험상품이라도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는 이들에게는 현재 나와있는 디폴트옵션 상품 구성에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디폴트옵션 상품을 직접 매수하는 '옵트인(Opt-in)' 방법으로 상품에 투자해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고금리시대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