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시대 퇴직연금 수익률 높이기ㅣ②업권별 자금 대이동

증권 8%대 상품 출시 … 고금리로 유동성 확보에 총력

2022-12-01 11:23:49 게재

급격한 금리상승에 자금이동 가능성 높아져

퇴직연금 의존도 높은 보험사, 유동성 부담↑

퇴직연금 만기도래가 집중되는 연말·연초를 앞두고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리경쟁이 본격화됐다.


일부 증권사는 연 8%대 금리를 내세운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보였다. 보험사들은 연 5~6%대 금리를 제시했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은행권으로 퇴직연금 이동 가능성이 높아지자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을 통해 1년이라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30%의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에서 올해는 업권별 대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의 경우 유동성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증권·보험, 원금보장형 금리 큰 폭 인상 =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8.5%, 키움증권은 8.25% 퇴직연금상품을 선보였다. 11월 BNK투자증권이 제시했던 연 7.15% 1년 만기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금리를 1%p 넘게 대폭 인상한 것이다. ELB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을 벗어나면 원금을 모두 날릴 위험이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와 달리 원금이 보장된다. 90%를 국고채 등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주식 등에 투자한다. 3분기 말까지만 해도 3~4%대에 머물렀던 퇴직연금용 ELB 금리가 대폭 인상된 이유는 연말에 통상적으로 벌어지는 퇴직연금 자금이탈을 막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및 46개 상품판매제공자 등 총 90개 금융사가 12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을 공시한 결과 DB(확정기여)·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금리(평균기준)는 증권 5.20%→6.49%, 저축은행 5.98%→5.95%, 생명보험 4.77%→5.67%, 손해보험 4.85%→5.42%, 은행 4.84%→5.06%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정부의 예수금리 인상 자제와 예대율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대체로 11월 수준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은 반면, 보험, 증권 등의 경우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루어졌다. 특히 증권과 생명보험에서의 금리 상승 폭이 컸다.

◆치열해지는 금리경쟁 = 이들은 고금리 상품을 앞세워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단기적인 자금확보를 위한 과도한 금리 제공은 장기적으로 해당 회사의 수익구조 악화와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줄 수 있지만 우선 유동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퇴직연금 상품 80% 가량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금리 경쟁에서 밀리면 대규모의 운용 자산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증권의 경우 금리수준이 높아 금리 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 반면 DB형과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 고객의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보험사 퇴직연금 상품의 자금 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은 은행 예금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실장은 "예금상품이나 저축성 보험 상품 등의 경우 시중금리 상승분을 그때그때 반영하는 것과 달리 퇴직연금의 경우 1년 만에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한다"며 "예년에 비해 상당히 큰 폭의 자금 이동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험사 30조원 이탈 위기 = 급격한 금리상승, 은행권 예금으로의 대규모 유동성 유입이 이루어지는 상황, 연말에 집중된 만기, 사전 공시의무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퇴직연금과 관련한 유동성 관리부담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보험사의 퇴직연금상품의 95% 이상이 원금보장형이며 이중 80% 상당의 퇴직연금 상품 만기가 연말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며 보험사의 퇴직연금 자금 대이동이 예상된다.

국내 신용평가업계 전문가들은 일제히 "외형 대비 퇴직연금 규모가 큰 회사는 퇴직연금의 대규모 유출 발생 시 대응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당분간 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보험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전략에 대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년 말 기준 생명보험 12개사, 손해보험 7개사가 퇴직연금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생명보험 퇴직연금 사업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65조원이며, 손해보험의 경우 14조원이다. 생명보험 업권에서 취급하는 상품 중 94%는 원리금 보장형이며, 그 중 약 80%는 금리확정형 보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해보험의 경우, 98.7%가 원리금 보장형이며 그 중 70% 이상이 금리확정형 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유동성 관리 강화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올해 6월말 기준 푸본현대생명보험(49%), IBK연금보험(32%), 롯데손해보험(52%)은 부채 중 퇴직연금 부채 비중이 30% 이상으로, 회사의 외형 대비 퇴직연금 운용 비중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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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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