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전력, 중국경제의 숨겨진 아킬레스건

2022-12-08 11:41:24 게재
곽복선 경성대학교 교수, 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중국경제는 하반기 들어 지표상으로는 선전하는 것 같다. 최근 발표되는 부문별 경제지표는 코로나 제로정책으로 인한 도시봉쇄와 이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을 고려하면 양호한 상황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금년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3.9%로 2분기 0.4%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중국의 1~10월 대외수출은 11% 이상 증가했으며 2분기에 여러 지역의 공장폐쇄 등으로 바닥을 쳤던 공업생산도 9월에 6.3% 증가의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외자유치도 1~10월간 17.4% 증가했다. 사회간접자본이나 공업 분야의 투자도 각각 8.6%, 11.1%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며 중국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소비 분야 증가율은 코로나 봉쇄정책 등의 영향으로 1~9월 0.7%의 상당히 낮은 증가세다. 그러나 이 역시 2분기 감소추세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중국경제의 회복추세가 지속돼야 한국의 대중국 진출은 물론 세계경제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중국경제 회복추세에 불리한 변수는 코로나와 그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뿐만 아니다. 상당히 중요하지만 일반인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변수로 전력공급의 안정성 문제가 있다. 만일 전력 공급부족 상황이 발생한다면 경제회복 속도가 둔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복잡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전력공급량의 71.1% 차지하는 화력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매년 여름과 겨울철 전력공급의 어려움이나 부족사태가 벌어진다.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지며 전력공급 부족상황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전력공급 부족사태를 '띠엔황'(電荒)이라고 하는데, 이런 전력 공급부족 사태는 매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주 연출됐다. 올 여름에도 서부대개발의 중심지역인 쓰촨성에서 전력부족으로 공장들이 일정기간 생산을 중단한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고 비슷한 상황이 경제발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저장 장쑤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력설비는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매년 확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전력공급부족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전력수요 폭증에 대해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어려운 공급구조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력설비 총량은 2021년 말 기준으로 23억7692만kw에 달하는데 2013년부터 9년 연속 매년 1억kw이상 설비가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전력설비 총량이 약 1억3000만kw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우리나라만큼의 전력설비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왜 여름과 겨울만 되면 전력부족 문제가 등장하는 것일까? 2021년 중국의 전력설비 구조를 보면 화력 54.6%, 수력 16.4%, 원자력 2.2%, 풍력 13.8%, 태양광 12.9% 비중이다. 이러한 구조 탓에 여름철에 가뭄이 들면 전력공급의 14.6%를 차지하는 수력발전량에 문제가 생기는데 올 여름 쓰촨 충칭 지역에서 겪었던 전력부족 사태가 그러한 경우다.

겨울이 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수력발전이 줄어드는데다 예기치 못한 일로 석탄공급이 원활치 못하면 전체 전력공급량의 71.1%를 차지하는 화력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예기치 못했던 중국 중부지방의 폭설로 철도 도로망이 상당기간 막히면서 적시에 석탄을 수급하지 못한 화력발전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문제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 설비비중은 전체 전력설비의 26.7%로 상당히 높지만 전력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불과해 석탄 화력이나 수력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자력도 전체전력 설비 중 2.2%밖에 되지 않아 주요한 공급망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전력구조는 결국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의 안정적 전력공급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백지시위' 중국경제 회복의 새로운 변수

예상과 달리 계속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코로나 제로정책과 우루무치 화재 인명사고가 연결되면서 최근 전국 주요 도시와 대학에서 '백지시위'가 일어났다. 중국공산당의 20차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발생한 각지의 항의시위는 중국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필자에게도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중국경제가 코로나 문제와 사회적 불안요소를 잘 처리하며 순조롭게 회복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곽복선 경성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