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리더십 ‘난기류’…“재신임” “사퇴” “쌍방 재신임”
소장파, 장 대표에 재신임 투표 요구…친한계, 연일 사퇴 압박
장 대표, 4일 거취 표명…“징계 잘못됐다면 정치적 책임진다”
지도부, 친한계·소장파·오세훈에 “동시에 재신임 묻자”
제1야당 국민의힘을 이끄는 리더십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소장파와 친한계(한동훈)는 당 지도부를 겨냥해 “재신임 투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지도부는 “국회의원직이라도 걸 거냐”며 반박한다. 실제 장동혁 대표 주변에서는 ‘쌍방 재신임 투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가 당원에게 재신임을 물을 테니, 소장파·친한계·오세훈 서울시장도 동시에 재신임을 묻자는 것이다.
2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말 그대로 대혼돈이었다. 선출된 지 반년도 안 된 장 대표의 거취를 놓고 온갖 주장이 난무했다. 제1야당 리더십이 예측불허 상황에 내몰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친한계는 연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도 친한계 의원들은 장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박정훈 의원은 SNS를 통해 “당의 절반 가까운 지지층을 가진 핵심당원을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로 제명한 순간 이미 당을 대표할 자격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 사퇴를 요구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 ‘장동혁 디스카운트’를 거론하면서 “장 대표의 입장이 변화하지 않으면 (사퇴를 요구한) 제 입장도 달리질 수 없다”고 말했다.
소장파는 장 대표에게 재신임 투표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나와 “지도부가 책임당원이 늘었다며 당성 강화를 이야기한다면, 그런 논리라면 재신임 투표를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당원 투표를 통해 재신임 받지 못하면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퇴와 재신임 투표 요구에 직면한 장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당원게시판 의혹) 경찰 수사를 통해 징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원게시판 의혹 수사에서 한 전 대표가 결백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 대표는 당장의 거취 논란에 대해선 “4일 예정된 교섭단체대표연설 이후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가 4일 밝힐 거취 구상은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해 보인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2일 소장파의 재신임 투표 요구를 겨냥해 “당원들이 선택한 당 대표의 목을 치려고 한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걸 것인지 묻는다. 국회의원직이라도 걸겠는가”라고 말했다. 소장파의 재신임 투표 제안을 받겠지만 대신 소장파도 동시에 재신임을 받으라는 역제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장 대표 주변에서는 장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받는 대신 대표에게 재신임 투표 또는 사퇴를 요구한 소장파·친한계·오세훈 시장도 동시에 재신임을 받으라는 역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원 투표 결과에 장 대표는 대표직과 의원직을 걸고, 소장파·친한계·오세훈 시장은 의원직과 서울시장 공천을 걸라는 것이다. 장 대표의 ‘당심’(당원 마음)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역제안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동훈 징계’에 대해 찬성이 많은 편이다. 장 대표에 대해서도 비교적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장 대표가 4일 쌍방 재신임 카드를 꺼낸다고 해도 소장파·친한계·오세훈 시장이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박정훈 의원은 “우리가 요구한 건 장 대표의 사퇴이지 재신임(투표)이 아니다”며 “윤 어게인 세력을 등에 업고 재신임 받으면 지방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거냐”고 지적했다. 강성당심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은 재신임 투표를 받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결국 재신임 투표는 시도도 못해보고 ‘없던 일’이 될 공산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