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주가지수로 본 내수와 수출의 괴리

2026-02-03 13:00:03 게재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 포인트대에 올라섰던 지난 1월 22일, 한국은행은 4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했다. 전분기 대비 -0.3%의 역성장이 기록됐고, 2025년 전체적으로는 1%의 성장을 나타냈다. 연간 성장률 기준으로는 1960년대 이후 다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었다. 그야말로 역대급 저성장과 주식시장의 기록적 활황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버블인가?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1월 30일 코스피 종가(5224포인트)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10.1배에 불과하다. PER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대비 주가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코스피의 PER은 미국 S&P500지수의 25.1배는 물론 대만 22.9, 일본 18.8, 중국 상해증시의 15.8배 보다도 낮다. 주가가 기업의 실적 대비 크게 고평가됐다고 볼 수는 없다. 질문은 ‘경기는 안 좋은데, 어떻게 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있는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역대급 저성장과 주식시장의 기록적 활황 공존

‘경기와 기업이익의 괴리’는 경제 활동의 일반적인 성적표인 GDP와 기업의 활동 무대가 다르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GDP는 ‘국내총생산'의 영문 표기다. 말 그대로 국내에서 벌어지는 경제 활동, 즉 내수와 관련된 항목들로 GDP가 구성된다. 2025년 한국 GDP 구성항목 중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민간소비’로 전체 GDP에서 4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 다음이 ‘정부지출’로 GDP의 22%를 차지하고 있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각 11.2%와 9.5%에 달하고 있다.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은 모두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경제활동으로, 한국 GDP의 91%는 내수로 포괄될 수 있는 경제활동으로 볼 수 있다. GDP 성장률이 보여주는 것처럼 내수는 확연한 둔화세지만, 수출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1월 수출은 695억달러로 전년 대비 34%나 급증했다.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는 과거보다 많이 느슨해졌다. 수출발 낙수효과가 거의 없어졌다. 수출은 고용과 설비투자를 통해 내수에 영향을 준다. 얼마 전 기록적인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SK하이닉스 노동자들의 억대 성과급이 화제가 된 바 있었는데, 수출 호조가 해당 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내수 항목인 민간소비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SK하이닉스와 비슷한 대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전체 고용 노동자의 14%에 불과하다. 이 대기업 고용자 비율은 내수와 수출 대기업을 모두 포괄한 수치로 수출 호조가 임금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는 노동자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수출로 번 돈으로 국내에 공장을 짓는다면 낙수 효과가 강하게 발생할 수 있다. 기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예정돼 있는 등 기업들의 투자는 해외로 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관련주들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1월 30일 코스피 종가는 5224포인트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제외할 경우 코스피는 이보다 1000 포인트 이상 낮은 4207 포인트에 머물게 된다.

주가지수는 수출 기업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일 따름

내수에 속한 종목들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와 거리가 멀다. 업종 지수 사상 최고치 대비 1월 30일 종가를 비교할 경우 코스피는 당연히 100%다. 1월 30일 종가가 사상 최고치였기 때문이다. 이밖에 반도체주들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지수가 100%이고, 증시활황의 수혜를 보고 있는 증권 업종지수도 100%다.

반면 내수 업종들의 장기 성과는 부진하다. 음식료 업종지수가 사상 최고가 대비 74%에 머물러 있고, 유통 65%, 섬유의류 20%, 건설 19%에 그치고 있다. 수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지만, 내수 관련주들의 주가는 이와 거리가 멀다. 주가지수는 수출 기업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일 따름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